빌 게이츠 기고문에 동감한다. 미국은 WHO에서 탈퇴하고 기금을 내년부터 더 이상 내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빌 게이츠 기고문에 동감한다. 미국은 WHO에서 탈퇴하고 기금을 내년부터 더 이상 내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세계 보건 거버넌스에서 미국의 공백이 커지면, 한국이 추가로 맡을 수 있는 자리가 분명히 있다. Gavi, 글로벌펀드, WHO 세 축은 단순한 원조 기구가 아니라 전 세계 보건의 흐름을 결정하는 무대이다. 여기서 한국이 자금을 더 내고 목소리를 내면 어떤 기회가 생기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런 역할 확대는 한국이 도덕적 지도력을 갖는 계기가 된다. 단순히 돈을 내는 후원자가 아니라, 세계 보건의 형평성과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지켜내는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세 기구에 대한 한국의 추가 기여는 ‘책임 있는 중견국’ 이미지를 넘어, 한국을 대안적 보건 리더십의 상징으로 만드는 길이다. 그리고 Gavi(세계백신면역연합)에서는 백신 조달과 배분 정책을 좌우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한미 같은 한국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백신 시장에 뛰어들었고, 한국 정부가 Gavi를 더 강하게 지원하면 한국산 백신이 저개발국가로 들어가는 통로가 넓어진다.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공공재 공급자’라는 국가 이미지가 덧붙는 것이다. 글로벌펀드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 대응 자금을 모으는 핵심 기구이다. 여기에 한국이 대규모 자금을 내면 아프리카와 동남아 보건 현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커진다. 한국산 제네릭·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이 공식 조달 루트로 들어가면 한국 제약산업이 글로벌 신뢰도를 쌓는 계기가 된다. 중국이 오랫동안 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것처럼, 한국에게 이건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글로벌 보건 외교력을 넓힐 좋은 기회이다. 중국과 일본, 유럽은 이미 많이 내고 있는 상황이라 미국의 빈자리를 채워 더 얻을 수 있는 영향력에 제한이 있다. 지금 이건 한국을 위해 만들어진 기회다. WHO는 국제 규범과 기준을 세우는 자리이다. 동시에 지금 미국은 전 세계에 자국민과 같은 수준의 높은 약값을 강요하려 하고 있다. 최소 절충으로 우리가 지금 부담하는 금액과 미국 가격 중간 쯤이 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제약회사가 만들어낸 고가 약값 구조를 세계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흐름은 많은 나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 그러나 이 공백은 한국에게 기회이다. 한국은 비교적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 의약품과 백신을 공급할 수 있고, WHO와 Gavi, 글로벌펀드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면 ‘미국식 고가 모델’에 대한 실질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이 내는 추가 기여금은 단순한 재정지원이 아니라, 세계 제약질서의 균형을 새로 짜는 카드가 된다. 미국이 빠져나간 뒤 한국이 자금을 채워넣으면 의제 설정에서 발언권이 더해진다. 감염병 대응, 보건 디지털화, 가격 접근성 같은 주제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세계 보건의 방향을 설계하는 위치에 서는 것이다. 또한 앞으로 주기적으로 새로운 전염병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WHO와 한국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이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세계적 위기 때마다 신뢰받는 중심축으로 자리잡게 된다. 코로나19 대응에서도 한국은 비교적 성공적인 방역 모델을 보여주며 국제적 신뢰를 얻었다. 이 경험은 한국이 미래 전염병 예방 정책을 설계하고 주도하는 데 강력한 자산이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예산도 결코 부담스러운 규모가 아니다. WHO, Gavi, 글로벌펀드를 합쳐 연간 9억~15억 달러 정도의 기여로도 한국은 상위 기여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이는 한국 국력에서 보면 아주 작은 금액이지만, 실제로는 인류에게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이다. 또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 기여를 통해 세계 조달망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같은 기업들이 백신, 바이오시밀러, CDMO 영역에서 시장 점유율을 넓히고 글로벌 신뢰를 확보하는 계기가 된다. 산업적 이익과 국가적 명분이 동시에 확보되는 것이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한국이 투입한 금액 이상을 한국 기업들이 다시 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