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주지사들이 트럼프 정권에 맞서 싸우는 방식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실제 권력 행사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민주당 주지사들은 이미 ‘조용한 분리’를 실천하고 있다. 연방 권력을 무력화시키고, 주 차원에서 독자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트럼프 첫 임기 때 이미 확인된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법적 대응. 민주당 소속 검찰총장들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발표되면 몇 시간 내에 소송을 제기했다. 수십 개 주가 함께 움직이는 다중 소송 체계는 승률 80%를 넘겼다. 이번에도 이들은 이미 ‘브리프 뱅크’라 불리는 트럼프 정책에 대응하는 소송 서류 풀을 준비해두고 있다. 둘째, 주 차원의 행정적 거부. 매사추세츠 주지사 마우라 힐리는 트럼프의 이민자 강제 추방 집행 요청에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오리건은 낙태약을 비밀 창고에 비축했고, 캘리포니아는 수백억 달러 규모의 예산 여력을 쥐고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이런 저항이 가능한 법적 근거는 역설적으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이 마련했다. 연방정부가 주 정부에 정책 집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반(反)위임 원칙’ 판례다. 원래는 보수 주정부에게 연방 정책 거부권을 줘서 총기 규제 같은 사안에서 연방정부의 힘을 제한하려던 것이었지만, 지금은 민주당 주가 연방 정책을 무시하는 무기로 바뀌었다. 경제적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블루스테이트(민주당 소속 주지사 주)들은 연방 정부에 납부하는 세금이 훨씬 많지만, 실제 받는 혜택은 적다. 뉴욕만 해도 5년간 1,400억 달러 이상을 더 내고 덜 받았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만도 민주당 소속 주에서 공화당 소속 주에게 나간 지원금이 총 1조 달러였다. 이 불균형이 정치적 무기로 전환되면, 연방정부는 재정적으로도 압박을 받게 된다. 실제로 메릴랜드·뉴욕·위스콘신 등에서는 연방정부가 불법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거나 약속된 자금을 주지 않을 경우, 아예 납부 자체를 보류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이게 실현되면, 말은 많지만 실제 행정은 할 줄 모르는 공화당 소속 주들은 얼마 못가 파산한다. 민주당 주지사들은 이미 준비된 법적·행정적 도구를 총동원해 “연방은 있으나 마나 한 껍데기”로 만들고있다. 낙태권, 이민 보호, 노동권 보장 등 핵심 가치 영역에서는 주 차원에서 방어선을 치고, 그 결과 미국은 점점 ‘두 개의 나라’처럼 굴러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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