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교는 낯선 신을 만나면 “우리 신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라며 합치고, 필요하면 새 신을 만든다. 제우스-아몬, 세라피스(오시리스+아피스), 로마의 그리스 신 흡수, 인도에서 지역 신이 비슈누·시바 체계로 편입된 사례가 전형적이다. 반대로 일신교는 비슷한 상대를 가장 위협으로 보고 부딪친다. 같은 하느님을 믿으면서도 교리·권위 문제로 벌어진 구교-신교 전쟁, 지도자 계승을 둘러싼 수니-시아 갈등이 그 양상이다. 이 흐름을 페니키아와 이스라엘에 대입하면 구조가 보인다. 페니키아·가나안권에는 바알·아스다롯 등 다수 신이 있었지만 최고신 엘(ʾEl)로 권위가 모였다. 이때의 ‘엘’은 고대 서북셈어권에서 “신”을 뜻하는 보통명사이자, 동시에 특정 최고신의 이름이었다. 이스라엘은 이 어휘와 상징 자산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히브리어 ‘엘’(El), ‘엘로아’(Eloah), 그리고 형태는 복수지만 대개 단수로 쓰여 유일신을 가리키는 ‘엘로힘’(Elohim)이 그 계보다. 엘로힘은 문법형은 복수(-im)지만, “위대한 신 한 분”을 지칭할 때 단수 동사와 결합한다. 반대로 다른 민족의 ‘신들’을 말할 때는 실제 복수 의미로도 쓰인다. 이름에서도 흔적이 선명하다. 이스라엘(“엘이 다스린다/씨름한다”), 미카엘(“누가 엘과 같으랴”), 사무엘(“엘이 들으셨다”)처럼 -el이 붙는 신명(神名) 요소가 널리 남아 있다. 성서의 칭호들도 엘 엘리온(지극히 높으신 엘), 엘 샷다이(전능하신 엘)처럼 가나안적 전통을 잇는다. 종교사적 전환은 단계적이다. 초기 이스라엘은 주변과 마찬가지로 다신 환경에 있었고, 실천은 “여러 신이 있지만 오직 우리의 하느님만 섬기라”는 ‘단일숭배(모놀라트리)’에 가까웠다. 이후 북·남 왕국 시대를 거치며 야훼와 엘의 속성이 수렴·동일시되고, 중앙집권적 개혁(히스기야·요시야의 성전 중심화)으로 다른 신 숭배가 체계적으로 배제된다. 바빌론 유배와 귀환기를 지나면서 “야훼 외에는 없다”는 강한 일신교 신학이 완성된다. 요약하면, 이스라엘은 후발주자였지만 가나안의 공통 어휘·신학 표지(‘엘’ 계열)를 흡수하고 의미를 재정의하여, 다신적 어휘로 유일신 신학을 구축했다. 결론적으로, 다신교는 만남과 혼종으로 스펙트럼을 넓히고, 일신교는 배타와 정체성 강화로 중심을 좁힌다. 페니키아의 엘과 히브리어 엘/엘로힘의 연속성, 그리고 야훼 신앙의 수렴·독점 과정은 “융합하는 다신교 <-> 경계 짓는 일신교”라는 큰 틀을 고대 근동사 속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사진은 가나안의 최고 신, El. 이 신의 이름에서 Israel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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