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X는 1980년대 일본이 주도한 독특한 시도였다. NEC, 후지쓰, 샤프 같은 회사들이 각자 독자 규격으…
MSX는 1980년대 일본이 주도한 독특한 시도였다. NEC, 후지쓰, 샤프 같은 회사들이 각자 독자 규격으로 컴퓨터를 만들던 시절, 신기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본 아스키가 나서 일본 시장을 위한 공통 규격을 마련했다. CPU, 그래픽, 사운드 칩, 슬롯 구조, 키보드 배열까지 기준을 정해 두면, 다른 회사가 만든 MSX라도 같은 소프트웨어와 주변기기를 쓸 수 있었다. 이 시도는 단독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CP/M 같은 운영체제 표준화, IBM PC의 하드웨어 개방 정책이 이미 업계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MSX는 거기서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일본과 아시아 시장에 맞게 ‘홈 컴퓨터의 VHS’를 꿈꾸었다. 동시에 MSX 자체는 이후 다른 콘솔·PC 규격에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16비트 시대로 넘어가며 표준화가 더 중요해졌을 때, “플랫폼을 공유하면 시장이 커진다”는 교훈을 남겼다. 흥미로운 점은, MSX 카트리지가 닌텐도 패미컴(NES) 팩과 물리적으로 호환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설계와 크기에서 유사점이 있어, MSX용 게임들이 따로 발매됐지만 일부 개조나 어댑터를 통해 패미컴 팩을 MSX에서 돌릴 수 있었다. 당시 게이머들 사이에선 널리 알려진 꼼수였다. 이는 곧 MSX가 게임 시장과 깊이 연결되도록 만들었다. 나쇼날, 소니, 파이오니어, 파나소닉, 샤프, 필립스, 캐논, 야마하, 도시바, 미쯔비시, 산요, 후지쯔, 히타치, 카시오 등이 MSX 컴퓨터를 개발했다. 한국에서도 MSX는 단순한 컴퓨터를 넘어 오락 문화의 중심에 섰다. 삼성, 금성과 대우가 정식으로 MSX 기반 컴퓨터를 생산했고, ‘재믹스’ 같은 콘솔형 기기도 나왔다. 저렴하고 친숙한 게임용 기기로 자리 잡으면서, 가정에 컴퓨터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MSX 게임기가 곧 컴퓨터였고, 덕분에 한국 오락실과 가정용 게임 시장이 넓어지는 데 다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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