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급 일자리 상당수는 이민자들의 손에서 태어났다. 단순히 노동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아예 기업을 세우…
미국의 고급 일자리 상당수는 이민자들의 손에서 태어났다. 단순히 노동 현장에서만이 아니라, 아예 기업을 세우고 산업을 키우며 만들어낸 자리다. 2024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의 절반 가까이인 230곳이 이민자나 이민자 2세가 세운 회사였다. 이 회사들이 2023년에 벌어들인 매출은 8조 6천억 달러에 달했고, 전 세계적으로 1천5백만 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다. 미국 GDP의 31.5%고, 일본 GDP의 거의 두 배다. 단순 숫자를 넘어 이민자 기업들은 세계 주요 국가들의 GDP에 맞먹는 규모의 경제를 굴리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이다.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시리아 출신 생부의 아들이었고, 그가 만든 회사는 실리콘밸리의 상징이 됐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은 러시아에서 온 이민자였고,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덴마크계 이민자 3세로 태어나 쿠바인 새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으로 미국에 건너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모더나, 도어대시 같은 신생 혁신기업들 역시 이민자나 이민자 자녀의 손에서 나왔다. 이런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단순 서비스직이 아니다. 엔지니어, 연구원, 디자이너, 금융전문가 같은 고급 전문직이 대거 포함돼 있다. 첨단 제조업, 정보기술, 생명과학 분야에서 미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뉴 아메리칸’ 기업들의 힘이 있었다. 결국 미국 경제의 미래는 국경을 넘어 들어온 인재와 그 후손들이 얼마나 자유롭게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이민을 제한하고 인재 유입로를 좁히면, 이런 혁신의 흐름은 느려질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기업 상당수가 이민자들의 도전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재의 정책은 스스로 미래의 성장 동력을 가로막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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