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전자공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은 부품 하나가 등장했다. 이름은 555 타이머 IC….

1970년대 초, 전자공학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은 부품 하나가 등장했다. 이름은 555 타이머 IC. 스웨덴 출신 엔지니어 한스 카멘지트(Hans Camenzind)가 시그넷틱스(Signetics)에서 설계했고, 1972년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당시엔 단순한 타이머 칩으로 소개됐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는 아날로그 IC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555의 매력은 놀랍도록 단순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다재다능하다는 데 있다. 내부 구조는 비교기 두 개, 플립플롭, 방전 트랜지스터, 저항 3개가 전부다. 하지만 이 간단한 회로를 어떻게 연결하느냐, 외부 저항과 커패시터 값, 전압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낸다. 저항 값을 바꾸면 타이밍 시간이 달라지고, 커패시터 용량을 조절하면 출력 주파수가 바뀌며, 공급 전압을 조정하면 신호의 세기나 파형 특성까지 달라진다. 같은 칩이라도 회로 구성에 따라 타이머, 발진기, 펄스 생성기, PWM 제어기 등 서로 다른 성격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50년 넘게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며 매년 약 10억 개 이상이 생산된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 아날로그 IC가 여전히 살아남는 이유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도 범용성이 뛰어나고, 회로 설계가 단순해서 거의 모든 전자 장치에 쉽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새로운 칩이 등장했지만 555는 “없어서는 안 될 기본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