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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그 자체만 보면 작고,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산이 많고 평야는 제한적이며, 대륙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어 인구나 생산력 면에서도 ‘핵심지’나 교역의 요충지라고 보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고대부터 소규모 외세가 이 땅, 특히 한반도 남부까지 점령하러 들어오는 일은 드물었다. 정복해 얻을 실익이 적은 반면, 방어가 용이해 침공 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이 구조는 오히려 한반도를 견고한 요새로 만들었다. 쉽게 빼앗기지 않고, 굳이 탐하지 않는 땅. 이 조건이 장기적으로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곳을 터전 삼은 한민족은 수천 년 동안 외세에 동화되지 않고 내부 권력투쟁 속에서도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고려나 조선처럼 단일 국가 체제를 이룰 때는 동아시아에서 강력한 세력으로 기능했으며, 삼국시대·남북국시대·현대의 분단기처럼 국력이 분열되었을 때조차도 외세의 직접 점령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외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한반도를 실제로 침공한 세력은 대부분 ‘제국’이었다. 수·당처럼 동북아 전체를 장악하려 했거나, 몽골처럼 송·금·서하를 정복한 후 고려를 마지막 조각으로 삼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나라는 무리한 대규모 침공 끝에 패전했고, 내정 불안 속에 스스로 무너졌다. 명과 청은 직접 무력보다는 외교와 조공 체계를 활용해 조선을 복속시켰고, 그에 따른 외교적 비용을 감수했다. 일본은 두 차례 한반도를 침략했다. 임진왜란 때는 통일을 막 마친 신흥 세력이었던 도요토미 정권이 명 정벌의 통로로 조선을 이용하려다 실패했고, 20세기 초에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제국 일본이 만주와 대륙 침공을 위한 전초기지로 한반도를 병합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한반도의 전략적 위치는 더욱 뚜렷해졌다. 한국전쟁은 표면적으로는 내전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소련,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강대국들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입한 국제전이었다. 전후에는 미국 주도의 안보체계 아래 남한이 태평양 전략의 전진기지로 고정되었고, 북쪽은 소련과 중국의 영향 아래 미국 견제를 위한 완충지대로 기능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는 동아시아 전략에서 이미 제국을 이룬 세력이 시선을 돌리는 지점이었다. 단지 주변부가 아닌, 동아시아 세력 균형을 바꾸는 구조적 요충지였다. 이 땅에서 벌어지는 충돌은 언제나 지역을 넘어서고, 강대국을 끌어들인다. 앞으로도 소규모 외세에 의한 분쟁은 거의 일어나기 어렵고, 이곳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국제적 규모를 띠게 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는 지정학적 조건이 만들어낸 생존의 구조물이다. 중요한 것은 이 위치와 구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감각이다. 우리가 왜 여기에 아직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서가 바로 여기에 있다. —-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중국, 러시아, 미국 모두에게 전진기지 혹은 완충지대로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가 그 틀에서 벗어나려면 자주적 통일이 필수다. 통일이 현실화되면 7500만 인구, 첨단 기술력, 실전 기반의 군사력, 그리고 전략적 지형을 모두 갖춘 새로운 지역 강국이 탄생하게 된다. 당연히 기존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질서 밖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세력이 생기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나는 통일된 한반도가 일본, 대만, ASEAN 일부 국가들과 경제적으로, 특히 반도체와 AI 산업에서 전략적으로 연대할 수 있다고 본다. AI는 모든 국가 안보에 있어 핵심 전력이 되어가고 있으며, 미국이나 중국의 시스템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험하다. 이 시점에서 한국 주도의 제3 세력이 제시하는 AI 기술과 표준이 아시아의 새로운 기본값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공급망, 안보,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아시아판 협조 체제가 가능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지역에서 전면전을 감행할 명분과 여지를 미·중 양국 모두 잃게 된다. 특히 대만이 미국 일변도의 질서가 아닌, 이 독립적 연합 체계 안에 포함된다면 중국 역시 안보적 위협을 덜 느낄 수 있다. 중국 지도부로서도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했다’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며, 대만 침공 없이도, 경제 몰락이나 실각 가능성을 감수하지 않고도 체면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마치 유럽연합이 존재함으로써 러시아와 미국이 유럽 대륙에서 직접적인 전면전을 벌이기 어려운 것처럼, 통일 한반도를 축으로 한 아시아 내 자율 세력의 부상은 동북아의 긴장 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은 단지 민족적 과업이 아니라, 동북아 전쟁을 억제하고 아시아에 지속 가능한 안정을 설계할 수 있는 핵심 장치다. 이제 우리는 생존의 지정학을 넘어, 전략의 지정학을 주도할 수 있는가를 묻고 답할 시점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