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으로 이해하기는, 인허가 위주의 체계는 주로 후진국들과 경제개발중인 국가들의 체계다. 초기에 아직 새…

내 경험으로 이해하기는, 인허가 위주의 체계는 주로 후진국들과 경제개발중인 국가들의 체계다. 초기에 아직 새로운 사업이나 새로운 시도, 해외 자본의 투자 등이 활발하지 않을 때는 인허가로 처리하는 게 간편하다. 거기에 해외 자본의 국내 경제 잠식을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고, 국가 혹은 공무원들이 이권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그렇다. 같은 이유로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금지하는 곳도 많다.

경제 개발이 이뤄지고 자본이 투입되면, 일단 인허가제로는 효율이 나지 않기 때문에 경제 개발을 하면서 여기서 빨리 벗어나는 게 관건이다. 신기하게 한국은 이 제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지금까지 왔는데, 내 판단으로는 한국이 사실상 섬이고 국제적일 필요가 없는 단일 언어 단일 인종 체계다 보니 인허가 체제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효율을 어느 정도 올릴 수 있었던 데에 그 이유가 있다.

기업 설립에 소요되는 시간만으로 보면 한국도 아주 느린 편은 아니다. 설립은 2주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 후 사업 시작을 위한 인허가가 또 있다.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지자체 순으로 같은 인가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삼성처럼 전방위 로비에 능한 대기업조차도 평택에서 2년이 걸렸다.

사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멕시코도 20년 전에 거의 다 바꿨다. 예전에는 굉장히 복잡했던 사업 등록 절차 등을 간편하게 만들었고, 개혁의 목표는 각종 등록 절차 간편화와 기업 설립에 필요한 일수를 줄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도 비슷한 시기에 개혁에 성공했고, 해외 자본 유치가 실제로 개선됐다.

한국도 https://www.startbiz.go.kr 같은 걸로 기업 설립 절차를 간소화하긴 했다. 그런데 이건 설립용이고, 실제 인허가는 여전히 종이 서류로 직접 돌아다녀야 하고, 진행 상황의 실시간 확인이 불가능하다. 저 스타트비즈에 종합 사전 심사 기능을 넣어서 모든 부서가 그걸로 만족하고 넘어가던가, 그 이후 필요한 인허가도 다 저 시스템에서 관리하던가 해야 한다. 특히 이 부분에서 한국이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저런 인허가 주체 중 중간 단계를 다 빼거나 병렬 심사 혹은 원스톱 심사로 해결하고, 심사 절차 자체에 기한을 둬서 이 기한을 넘기면 자동으로 허가해주는 방식이다.

이 전환 단계에서 힘든 부분은, 공무원들 입장에서 이걸 개선하면 일이 늘어나고 이 병목을 잡고 있으므로서 들어오던 접대/뇌물/예우/사업 기회/전직 기회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항이 굉장히 심할 수 있다. 이걸 해결해주는 게 감사다. 선진국들은 국민의 행동을 심사하는 인허가 제도보다, 공무원이 일하도록 만드는 감사 제도가 발달해 있다. 영국의 국가회계감사원(NAO)이나 싱가포르 공공감사청 같은 기관들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이재명의 행정에서도 알 수 있듯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안 해본 사업 등에 도전할 때는 항상 전례가 없는 일을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의 특성은, 아무도 안 해본 일을 먼저 나서서 책임지고 싶어하는 공무원이란 없다는 거다. 공무원직의 성격 자체가 그런 일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 시스템적으로 일정 부분은 정부가 직권으로 책임을 지고, 사후 감시와 관리하는 체계로 신고제 체계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