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때는 다 로마제국이었지만,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지역은 사실 로마제국에 정복되기 전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저때는 다 로마제국이었지만, 이집트를 포함한 중동 지역은 사실 로마제국에 정복되기 전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미 정복해서 그리스화 해놓은 상태였다. 로마제국 땅이 되고나서도 알렉산드로스가 심어놓은 그리스 문화는 더 융성해서 아예 동로마 제국/비잔틴 제국의 공용어가 그리스어였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이후 아랍 제국의 등장 전까지 최소 1000년 간은 그 지역이 그리스 문화권이 됐다.
해서 사실 신약성경 원어는 그리스어였다. 히브리어는 그 때 이미 지금 카톨릭에서 쓰는 라틴어처럼 유대의 성전에서 사용하는 율법용/의례용 언어에 가까웠다. 히브리어는 사실 기원전 1000년 이스라엘 왕국 때부터 기원전 6세기 바빌론 유수 때까지 몇백년 간 일상어로 쓰였을 뿐, 그 이후로는 유대인들 사이에 히브리어/아랍어와 같은 북셈어인 아람어가 대세였다. 당시 레반트 지역과 동지중해의 공용어는 그리스어였고 상업 행정 문화 종교에 지배적으로 쓰였다.
예수와 제자들의 모국어는 아람어지만, 지금 유럽사람들이 대부분 영어에 노출되듯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그리스어를 사용했고, 신약도 그리스어에 아람어 표현이 일부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새로운 경전으로 널리 전도 하려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지역어였던 아람어보다 제국의 공용어 그리스어로 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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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어는 그 이후로도 유대인 디아스포라 사회에서 율법 공부 할 때 쓰던 언어였다. 그러다가 19세기 말 유럽 시오니스트 운동 속에서 엘리에제르 벤 예후다 등 언어학자들이 이미 사어가 된 히브리어를 연구하고 필요한 신조어들을 만들거나 아랍어/아람어/유럽어에서 차용해 채워넣는 작업을 하고 유대인 공동체에서 1900년부터 실제로 일상언어로 교육하기 시작했다.
유럽에 어느 국가가 어느날 갑자기 "로마 제국 시절의 전통을 살려야해" 하며 라틴어를 일상어로 쓰기 시작하는 상황을 상상하면 된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에는 강경 시오니스트들이 그 땅으로 이주했기에 이미 히브리어를 일상어로 쓰는 사람이 80-90%에 달했다. 아직 나라도 없이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는 공동체였으나 50년만에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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