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Zeiss
2차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의 독일 로켓 기술과 과학자 쟁탈전은 잘 알려져 있다. 근데 로켓 과학자만 탐을 낸게 아니다. 당시에도 광학은 매우 중요했고 독일 광학은 세계 최고였다. 미국은 칼 짜이쓰 Carl Zeiss 가 19세기에 세운 렌즈 회사 공장을 뒤져 핵심 인력과 특허 문서를 챙겨 서독으로 옮겼고 뒤늦게 도착한 소련은 남은 인력과 장비로 동독 짜이쓰를 세웠다. 기술, 상표권으로 싸우던 두 회사의 기술력은 냉전 양 진영 첨단 기술의 기준이 됐다. 독일 통일 뒤 두 회사는 다시 합쳐졌다.
안경, 카메라 렌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짜이쓰등 독일회사들은 최고였다가 일본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정밀광학 기기와 SLR 시장에서 밀렸다. 라이카도 부도 직전까지 갔고 롤라이가 망했고 짜이쓰도 바디 생산을 포기하고 야시카에 콘탁스 브랜드로 하청을 줬다. 광학의 왕좌가 일본으로 넘어갔다. 소비자 시장을 완전 장악한 일본의 칼날을 피해 짜이쓰는 초정밀 B2B에 집중했다. 반도체에서 ASML과 함께 EUV에 모든 걸 거는 도박을 했다. 대성공했다.
EUV 장비 안에 들어가는 거울은 지구상에서 가장 매끄러운 표면이다. 그 거울이 지구 크기였으면 가장 높은 산맥 높이가 0.5mm 정도로 매끄럽다. 굴곡이 없다. 그리고 그 거울을 만드는 기술은 세계에서 짜이쓰만 갖고 있다. 특히 EUV 장비와 기술은 해자가 너무 깊어서 라이벌들이 언제쯤 따라잡을 수 있을지 예측도 힘들다. 니콘과 캐논은 반도체 최선단 공정에서는 사실상 퇴출됐다.
수술용 현미경, 라식/스마일 수술용 장비, 다 짜이쓰다. 독점까지는 아니지만 절대 강자다. 자동차 엔진이나 항공기 부품 등 측정하는 산업용 측정기도 짜이쓰가 표준이다.
바디를 하청주고 있던 야시카마저 2005년 카메라 사업을 접으면서 렌즈는 아직 알아주는데 꽂을 곳이 없는 신세가 된 짜이쓰와, 뛰어난 이미지 센서 기술로 비디오카메라에서는 알아주는데 광학기술이 없어서 카메라시장에서는 무시 당하던 소니가 1996년부터 시작한 제휴를 키웠다. 먼저 소니 소형 디카에 짜이쓰 렌즈를 넣어 색감으로 주목받으며 시작했다. 이후 DSLR과 미러리스에서 A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니콘과 캐논에게 완벽하게 설욕했다.
요즘은 소니도 자체 제작 렌즈 라인업을 키우고 있고 짜이쓰도 다른 사업 할 게 많아서 소니에 집착하는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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