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드래곤라자]의 후치는 아무르타트라는 드래곤에게 아버지가 납치돼서 인질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초장이라는 직업이 있어서 현실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쉽게 떠날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드래곤이 해결해준다.

[반지의 제왕]에 프로도 역시 일상이 있고 가족이 있지만 사우론이라는 거악 때문에 일상에서 탈출해 여정을 시작한다.

[해리포터]의 해리도 계단 밑 벽장이라는 일상이 있었지만 부엉이 우편물이 일상에서 구출해준다.

‘영웅의 여정’은 강력한 이야기 구조다. [매트릭스], [백투더퓨쳐],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드래곤볼], 마블 영화 대다수, 이세계물 등 대부분의 판타지, 무협, 웹소설 등이 이 패턴을 따른다. 특히 일상을 스스로 버리고 떠나는 인물은 독특하지만 공감하긴 어렵다. 나 자신부터가 내 일상을 버리기가 힘드니까. 오히려 타의에 의해 모험을 떠나는 영웅이라면 얼마든지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오디세이아], 아서왕, [천일야화], 페르세우스, 모세,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고전들도 그래서 이 패턴을 따른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시작되는 모험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 패턴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유사품인 ‘재벌3세 실장님과의 로맨스’ 판타지가 모든 걸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영웅의 여정 패턴에 핵심은 상처입고 처음과 많이 달라진 영웅이 목적을 달성하고 귀향한 뒤 다시 떠나는 모험이다. 드라마를 찍어도 시즌제로 만들기 적합하다. 매 시즌마다 다른 모험을 떠난다. 로맨스는 시즌제로 만들기 힘들다는 점이 한국 드라마에 시즌이 별로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