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덕에 막연한 예측이자 바람이던 특이점이 실제로 몇년 앞으로 다가올 느낌이다. 많이들 걱정하듯 그 단계에…
AI 덕에 막연한 예측이자 바람이던 특이점이 실제로 몇년 앞으로 다가올 느낌이다. 많이들 걱정하듯 그 단계에 이르려면 당연히 AI가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야 한다. AI가 인간을 적대할 것인가와 별개로 대중에게는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와 AI의 관계는 7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상체를 세우고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유인원과 우리의 관계다. 그들은 우릴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랑 맞닥뜨려도 자신들과 비슷한 유인원이라는 것 쯤은 파악하겠지만 우리 입에서 나오는 오묘하고도 복잡한 개념들을 이해할 수 없고, 우리가 입는 옷, 타는 차, 들고 다니는 폰들이 뭔지, 왜 놀라운 발명품들인지 깨닫지 못한다. 직접 그들을 사냥해 멸종시킨 건 아니지만 우리가 등장하기 훨씬 전 그들은 변화해 사라졌다.
우리도 이미 AI의 작동을 이해할 수 없고 언젠가 번성하며 우주 전체로 문명을 확장해갈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가 출산한 AI일 가능성이 크다.
이 미래를 막기 힘든 진짜 문제는 우리의 두뇌다. 기억력도 형편없고, 기억이 뇌 속에서 조작되기도 하며, 아직은 너무 아플 것 같이 보이는 전극이나 센서를 뇌에 꼽지 않으면 기계와 직접적인 교신도 힘들어 우리의 저장능력이나 정보처리능력의 확장이 이뤄지려면 먼저 초월적 AI를 완성하고 걔한테 만들라고 하는 편이 나을 정도로 요원하다. 게다가 우린 자연의 적자생존에 개입한지 오래돼서 앞으로 인간의 진화가 어느 방향으로 가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한국인이라면 아마 모두가 머리가 주먹만해져서 뇌 용량이 확 줄며 멸종되지 않을까.
진화에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우리의 능력향상은 결국 AI 탄생으로 해결된다. 기후변화, 세계평화, 죽음 극복 등 우리가 직접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도와줄 뿐 아니라, 발전/개발/향상을 사랑하는 우리가 당연히 향해야할 진화된 모습을 그냥 AI 가 순식간에 달성하면 된다. 우리는 이미 진화의 트리 그래프에서 성장을 멈추고 사라지거나 상어처럼 수백만년간 별 변화 없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만든 AI는 수억배 빨른 진화를 겪으며 "인류"의 꿈을 이어가는 거다.
슬슬 우리는 우리보다 훨씬 잘생기고 키크고 똑똑한 손자손녀를 보며 기특해하는 할아버지할머니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우리보다 나은 손자손녀가 탄생하지 않았어도 우린 어차피 나이들어 죽는다. 인류도 서로 핵무기를 사용하건, 운석에 맞아 멸종하건, 진화가 이상하게 돼서 망하건, 언젠가는 사라질 가능성도 크고, 그게 아니라도 진화는 느리기 때문에 어차피 손자손녀처럼 우리도 잘생겨지고 빨라질 방법도 없다. 어차피 우리가 가질 수 없는 미래를 손자손녀가 즐기는 걸 보는 게 뭐 그리 불행한가…
고로 난 AI개발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AI가 우릴 멸망시키지 않아도 어차피 우린 스스로를 파괴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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