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친구 10명이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가끔 재미있는 일 추진하는 여유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더 내기도 하지…
고향 친구 10명이 모이는 모임이 있는데 가끔 재미있는 일 추진하는 여유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더 내기도 하지만 자주 모여 재미있게 논다고 치자. 누군가 힘든 일이 있을 땐 이렇게 해서 돕기도 한다. 여유가 없는 친구들도 덕분에 자주 함께 어울리며 다 함께 즐겁다.
여기서 계속 "근데 다 똑같이 내야지 일부가 더 내는 건 불공평해."라고 계속 딴지를 거는 사람은 공정의 화신인가 바보인가.
그게 정말 불만이면 모두가 똑같은 회비를 내는 모임을 찾아 떠나도 된다. 근데 자기는 이 모임에는 꼭 나와야겠고 그러나 돈 없는 친구들이 더 힘들어하는 모습도 꼭 봐야겠다는 것들은 사실 나머지 친구들도 별로 반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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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의 큰 의미 중 하나는 공동체가 제공하는 안전, 공공 서비스, 안보 비용에 대한 고통 분담이다. 그 금액을 냈을 때 겪는 어려움을 최대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거다. 세율이 똑같이 10% 면 200만원 버는 사람은 20만원을 내고 180만원으로 어떻게든 가족과 하루 세 끼 먹고 살아야하고, 200억원 버는 사람은 20억원을 내고 180억원으로 아무 문제 없이 역시 하루 세 끼 먹고 산다. 분담한 고통의 양이 전혀 공평하지 않다는 뜻이다. 더 내도 생계에 위험 없는 사람이 더 부담하는 게 당연히 더 공평한 고통 분담이다.
예를 들어 200억원 버는 사람이 20억원이 아니라 60억원을 내기 시작해도 그 사람은 여전히 140억원 만큼 자산이 늘어난다. 실제 생계에는 아무런 부담이 없다. 고통의 양이 눈꼽 만큼 늘어난다. 근데 200만원 벌고 20만원 세금 내던 사람들 대부분이 그 20만원 안내도 되게 되며 세금으로 인한 고통이 아예 사라진다. 사회 전체로 봤을 때 이런 남는 거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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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반대로 얘기하면 이미 모두가 풍족하게 살 수 있는 재화를 생산하는 인류 문명이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분배를 일부에 집중해놔서 없어도 되는 고통이 생산되는 중인 거다. 이걸 모두가 똑같이 나눠 가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고통이 사라질 정도까지 재분배하는 건 아무런 문제도 없다.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죽창에 대한 방어로 이렇게 싼 비용에 도입 가능한 정책도 없다. 정말 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