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쿡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길거리에서 갈색종이에 싼 음료수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많은 주에…

미쿡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길거리에서 갈색종이에 싼 음료수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는 게 금지되어있다. 남부 보수적인 주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예 술 판매를 금지하는 곳들도 있다. 그러나 빈곤한 사람들에게 길거리는 열대야에 잠을 포기하고 나와 이웃들과 어울리며 쉬는 장소다. 술을 따로 사서 길에서 마시는 게 술집보다 훨씬 싸다. 그리고 경찰들은 그 사람들을 다 잡아넣자면 다른 공무는 전혀 볼 수가 없게 된다. 해서 생겨난 암묵적 타협이 길에서 술을 마실 땐 갈색 종이 봉지에 넣어 마시는 거다. 경찰들도 술을 보지 못했으니 잡느라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고, 써보니 더운 지역에서는 시원한 음료수 표면에 생기는 물방울도 잡아주고, 추운 지역에서는 손시려움을 덜어준다. 그러다보니 술이 아닌 음료수도 종이에 싸서 들고다니는 사람들이 생겼고, 경찰들도 술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종이봉지를 수색하지 않을 핑계가 생겼다. 법보다 빠르고 공정한데 가끔 효율적이기까지 한 길거리의 암묵적 합의.

유튜브에 리액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데, 나온지 좀 된 영화를 보다가 요즘 감수성에 맞지 않는 장면이 나오…

유튜브에 리액션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인데, 나온지 좀 된 영화를 보다가 요즘 감수성에 맞지 않는 장면이 나오거나 하면 (영어권)유튜버들이 꽤 버벅댄다. 보통 셋으로 나뉜다. 1. 전혀 이상함을 못느끼고 웃고 넘어간다. 2. 분명 웃기긴 웃긴 장면이기 때문에 웃었다가 기겁을 한다. 3. 정색을 하고 영화 제작자, 감독, 배우, 그 영화를 보고 즐긴 관객들, 모두를 단죄한다. 가끔 영상을 끄고 나는 이걸 더 이상 볼 수가 없다며 화를 낼 때도 있다. 1과 2는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보는데, 난 3이 가장 웃긴다. 저렇게 정색하는 애들 눈을 보면 뭔가 연기하고 있는 사람 느낌. 말은 분노한 말투지만 눈은 구독자수 급증에 대한 기대나 진정한 두려움으로 가득차있다. 사실 이런 상황의 반 이상은 실제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 아니라 문제가 되는 내용들에서 주로 나오는 소재라는, 상관성을 착각해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백인 배우가 흑인들을 놀리기 위해, 혹은 진심으로 흑인 연기를 하기 위해 얼굴에 검은 칠을 하는 건 분명 나쁜 짓이다. 사람을 외모나 출신 등으로 분류해 외적 특성으로 조롱하는 건 당연히 나쁜 짓인 거고, 할리우드에서 백인 배우들은 흑인 역 뿐 아니라 모든 인종 역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제 업계에서 인종적 다양성이 강조되는 상황에 백인이 흑인 배역을 맡는 게 도덕적으로도 안 좋은 일이 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백인 배우가 얼굴에 흑칠하고 나오는 일은 21세기 들어 거의 없어졌다. 근데 그런 타부를 뚫고 백인 배우 얼굴에 흑인 분장을 하고도 위에 말한 죄를 짓지 않는 방법을 찾아낸 똑똑한 영화가 [트로픽 썬더]다. 설정 자체가 흑인 분장을 하고 흑인 배역을 차지한 백인 배우를 놀리는 내용이다. 문제될 게 없는 건 물론이고 지능적이고 독창적인 발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근데 위에 말한 유튜버들은 흑인분장이 왜 나쁜 건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흑인분장을 하면 사람들이 화낸다는 것만 보고 배웠다. 근데 영화 리액션을 찍다가 흑인분장이 나오니 "지금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화내는 것 밖에 없어. 목숨 걸고 화내!" 이런 생각 밖에 안드는 거다. 우리의 삶을 관장하는 수많은 규칙과 규율을 그냥 따르기만 해도 되는 걸까. 그 의미, 목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대뇌는 잠들어있고 소뇌만 남아서 외부 자극에 반응만하며 사는 시체나 마찬 아닌가.

인터뷰어로 유명한 미국 언론인 바바라 월터스가 지난달 30일 사망. 1929년 생. 1929년 생 인물들…

인터뷰어로 유명한 미국 언론인 바바라 월터스가 지난달 30일 사망. 1929년 생. 1929년 생 인물들: 안네 프랑크. 아라파트. 오드리 햅번. 그레이스 켈리. 막스 폰 시도우. 프로 레슬링 김일. 대기자 리영희.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도라에몽 비실이 엄마 이미순. 위르겐 하버마스 (o) 이멜다 마르코스 (o) 안네 프랑크랑 마틴 루터 킹 주니어는 너무 일찍 죽으며 역사적 인물이 돼버려서 그렇지 지금까지 살아서 행사 같은데 나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

일본 AVEX 에서 만든 걸그룹 XG. 일단 공식적으로는 다들 일본인인데 노래에 한국어 가사도 많이 들어…

일본 AVEX 에서 만든 걸그룹 XG.

일단 공식적으로는 다들 일본인인데 노래에 한국어 가사도 많이 들어가고, KPOP 스타일이라고 밖에 하기 힘든 스타일을 보여준다. 노래, 랩, 춤 영상 등이 계속 퍼지면서 동아시아 밖에서도 꽤 뜨고 있는 분위기.

어찌보면 한국이 겪는 첫 문화적 전유/도용 케이스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가지 명심할 것은, 많이 겪어본 문화권의 학자들도 여전히 이견이 많고, 문화적 전유의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 대충 흔히 동의되는 정의는 남의 문화를 가져다 쓰면서 그 문화에 대한 감사나 존경 혹은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흑인음악을 가져다 억지로 백인음악으로 만들었던 엘비스 시절 미국 음악 업계.

1. 단순하게 보면 '아니 일본 사람들이 우리 껄 가져가서 돈을 벌어?' 수준의 감정이 일 수 있다. 가져다 쓰는 것 자체는 별 의미없다. 진정해도 된다. 문화는 원래 전파된다. 주로 강한 쪽에서 약한 쪽으로. 이런 건 의도적으로 아예 그 문화의 장본인들이 더 이상 그 문화를 자기 것이라 하기 힘들게 만드는 동북공정 같은 약탈 행위와도 매우 다르다.

2. XG 기획사는 의도적으로 KPOP에 편승하려는 건데, 또 동시에 KPOP으로 묶이는 건 피하려는 이상한 태도를 보인다. 아마 성공하기 위해서는 KPOP 스타일이 필요하지만 성공하면 일본 그룹으로 홍보하기 위해서일까. 이런 의미에서는 문화적 전유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겠다.

3. 근데 사실 전세계 모든 아티스트들이 미국 억양으로 영어 가사를 열심히 써 부른다. 이런 건 문화적 전유라 하지 않는다. 우리 한국 가수들이 영어 가사를 쓸 때 미국에 대한 존경을 보이기 위해서 할까, 성공하기 위해, 원하는 표현을 찾기 위해 그런 걸까. 전세계 가수들이 이런저런 목적으로 한국어 가사를 쓰기 시작한다고 문화적 전유라 보기도 애매한거다.

4. XG의 주요 활동 지역이 한국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어/한국음악 하는 걸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한국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태국/일본/중국계 아이돌들이 있는데. 일부는 자국 소속사 소속을 유지하면서 활동하는 건데.

5. 그리고 솔직히 잘한다. 노래, 랩, 댄스. 다 잘해서 뭐라 까기가 힘들다. 전유/도용보다는 계승/발전에 가까울 것 같다.

문화적 전유/도용이라는 표현 자체가 생소한 걸 보면 한국에서는 아직 남용되진 않고 있다는 뜻. 영어권에서는 특히 주로 PC 무기로 쓰인다. 하도 남용되고 있어서 한국은 그냥 이대로 저 개념 모르고 넘어가도 별 탈 없을 것 같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