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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붕괴

1870년 3월 1일, 파라과이 대통령 프란시스코 솔라노 로페스는 전투중 자신을 생포하려는 브라질 군에 저항하며 “나는 조국을 위해 죽는다! Muero por mi patria!”라고 외치고 창에 찔려 죽었다. 남미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의 종결이었다.

로페스는 1862년 독재자였던 아버지에게서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2세 독재자였다. 자국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하며 지역 문제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장했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우르과이까지 동참해 삼국동맹을 상대로 가장 작은 파라과이가 붙었다. 삼국의 인구는 1100만 명, 파라과이 인구는 약 52만 명이었다. 군 전술로도 다양한 자살 공격에 가까운 작전들을 감행했다. 동시에 콜레라와 기근까지 겹쳤다. 끊임없이 내부 인사들을 숙청하기도 했다.

전쟁 후 로페스는 나라를 망친 패배자로 기억되다가 볼리비아를 상대로 한 1932년 차코 전쟁 때 재평가를 받으며 영웅화 되어 지금은 파라과이 역사 속 대표 인물 중 하나가 됐다.

이 전쟁의 결과 파라과이의 사상자 수는 약 28만 명이었다. 통계가 없던 시절이라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 인구 60% 이상이 사망했고 특히 징집연령 남성의 90%가 사망했다. 근대사에서 가장 파괴적 비율이었다.

파라과이의 도로, 철도, 통신선 등은 5년간 지속된 전쟁 중에 모두 파괴 됐고 경작지가 대부분 황무지로 변했다. 전쟁 이후에도 밭을 갈 사람이 없었다. 모든 자원이 고갈되다시피 했고 산업이 사라졌다. 한때 자급자족 국가였던 나라가 남미에서 가장 후진국이 됐다. 토지 상당수가 당시 부국이던 아르헨티나인들에게 팔렸고 대농장이 됐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게 상당한 영토를 잃었다. 지도에서 보라색 부분이 저 전쟁에서 잃은 영토다.

남녀 성비가 거의 1:9가 되고나니 어쩔 수 없이 일부다처제에 가까운 사회가 됐었다. 혼외 출산 문화가 지금도 강하다. 대신 여성 가장 가구가 많다보니 여성 교육과 사회 참여 비율은 높다. 경제 역시 지금도 150년 전 파괴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전쟁 후 빈곤과 국가 재정 충족을 위한 국유지 매각으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영국 기업, 그리고 일부 파라과이 부유층이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다. 특히 농지 85%를 상위 2.5%가 소유한다. 전쟁 전 남미에서 가장 성공적인 산업화를 이뤘던 파라과이에는 이제 공업이 거의 없고 1차 생산품 위주 농축산물 수출 주류다.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충분히 예견 가능하다.

판타지

[드래곤라자]의 후치는 아무르타트라는 드래곤에게 아버지가 납치돼서 인질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 초장이라는 직업이 있어서 현실의 우리와 마찬가지로 쉽게 떠날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드래곤이 해결해준다.

[반지의 제왕]에 프로도 역시 일상이 있고 가족이 있지만 사우론이라는 거악 때문에 일상에서 탈출해 여정을 시작한다.

[해리포터]의 해리도 계단 밑 벽장이라는 일상이 있었지만 부엉이 우편물이 일상에서 구출해준다.

‘영웅의 여정’은 강력한 이야기 구조다. [매트릭스], [백투더퓨쳐], [터미네이터], [스타워즈], [드래곤볼], 마블 영화 대다수, 이세계물 등 대부분의 판타지, 무협, 웹소설 등이 이 패턴을 따른다. 특히 일상을 스스로 버리고 떠나는 인물은 독특하지만 공감하긴 어렵다. 나 자신부터가 내 일상을 버리기가 힘드니까. 오히려 타의에 의해 모험을 떠나는 영웅이라면 얼마든지 감정이입이 가능하다. [오디세이아], 아서왕, [천일야화], 페르세우스, 모세,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고전들도 그래서 이 패턴을 따른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시작되는 모험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 패턴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다. 유사품인 ‘재벌3세 실장님과의 로맨스’ 판타지가 모든 걸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영웅의 여정 패턴에 핵심은 상처입고 처음과 많이 달라진 영웅이 목적을 달성하고 귀향한 뒤 다시 떠나는 모험이다. 드라마를 찍어도 시즌제로 만들기 적합하다. 매 시즌마다 다른 모험을 떠난다. 로맨스는 시즌제로 만들기 힘들다는 점이 한국 드라마에 시즌이 별로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주공산 러시아 시장

전쟁이 나고 러시아에 비난이 쏟아지면서 많인 외국기업이 떠났다.

그래도 버티며 사업을 계속한 오리온, P&G, 유니레버, 펩시, 코카콜라 등은 전부 대박을 맞았다. 외국 기업이 2021년 29000개에서 2024년 19000개로 줄어들며 경쟁이 확 줄어 빈자리를 차지하기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차도 광고 예산을 늘리며 다시 러시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가 정치 싸움에 얼마나 협조해야하는 건지 늘 고민하게 만든다.

https://theins.ru/en/economics/279460

https://www.unattached.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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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으로부터 다운받은 export 파일을 분석해서 원하는 글만 뽑아 워드프레스로 업로드하는 걸 만들어 일단 처리는 다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내 용도로는 적당하다.

페북에 구글의 공짜 blogger 에 export 하는 기능이 있길래 해봤는데 아무리 해도 안된다. 검색해보니 다른 사용자들도 비슷한 경험. 그 외에 워드프레스가 있길래 적당한 것 같아서 워드프레스로 올리기로 하고 도메인을 만들고 호스팅 사이트에 올렸다.

공개용으로 풀기에는 나만 쓸 생각으로 만든거라 좀.. 그래도 공개용으로 정리될 때까지 만지작거려 볼 생각이다.

시리아 아람어

기원전 4년 쯤 팔레스타인 유대인들의 모국어 아람어의 방언인 시리아 아람어. 시리아 정교회의 종교의례용 언어다. 그 당시 사람들 말이 이랬고 당시 기도 역시 비슷했을 수 있다. 시리아 아람어는 동부 방언이고 팔레스타인에서는 서부 방언을 썼다. 팔레스타인에서 아람어 다음으로 많이 쓰인 언어는 그리스어였고 신약은 대부분 그리스어로 쓰여졌다.

히브리어는 당시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이미 종교의례용 언어였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은 사제들과 학자들 외에 많지 않았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유대인들은 이후 아람어에서 5세기 무렵에는 그리스어로 모국어를 바꾼다. 그러다 7세기에 무슬림 제국에 정복 당하며 아랍어를 쓰게 된다. 팔레스타인 토박이 유태인들은 지금도 아랍어로 기도한다.

일찌감치 유럽으로 건너갔던 유대인들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다시 완전히 갈아타고 10세기까지 사용하다가 각 지역에서 분화되는 언어를 사용했다. 스페인에서는 스페인어와 아람어, 히브리어를 섞은 라디노 Ladino를 유대인 공동체에서 사용했고, 독일과 프랑스 북부 유대인들은 중세독일어에 아람어와 히브리어를 섞은 이디시 Yiddish를 만들어 사용했다. 이 그룹이 나중에 폴란드, 리투아니아, 러시아 등으로 이주하며 슬라브어 영향을 받고, 각 지역에서 다시 미국으로 이주해서 미국에도 이디시 화자들이 많다.

이스라엘 건국을 준비하던 그룹들 사이에서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엘리에제르 벤 예후다를 중심으로 현대 히브리어 표준화가 이뤄졌다. 잃은 나라를 되찾거나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모국어가 필요하다는 시오니즘 운동의 일환으로 히브리어가 현대 히브리어로 복원돼서 이스라엘에서 사용되고 있다. 사어를 되살려 수백만에게 새로 교육해 한 국가의 모국어로 사용하는 희귀한 예다.



조지아 버전

영국 왕실의 독일인들

런던 항구에 내린 거대한 사내는 잠시 멈춰 섰다. 사람들이 일제히 “Your Majesty!”라 외치며 머리를 숙이는데, 그는 시선만 굴렸다. 통역이 옆에서 부지런히 속삭였지만 영어는 여전히 낯설고, 런던의 흙냄새도, 군중의 분위기도 어색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는 신성로마제국의 권력자, 하노버 선제후 게오르크 루트비히였다. 황제 아래 선제후 7명 중 하나로 서열을 다투던 독일 귀족이 이제 영국의 왕 조지 1세로 불린다는 사실은, 당사자에게도 실감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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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1714년 앤 여왕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그녀의 후사가 모두 요절하면서 왕위 계승 규칙이 문제로 떠올랐다. 가톨릭은 무조건 제외한다는 법 때문에 가까운 친척 대부분이 탈락했고, 계보를 수 단계 거슬러 올라가 계산해보니 조건을 충족하는 가장 가까운 혈통이 신성로마제국 하노버 가문이었다. 당시 하노버 Hanover는 작지만 막강한 권력을 가진 선제후령이었고, 선제후(選帝侯 Prince-Elector Kurfürst 황제를 선출하는 권한을 가진 제후) 게오르크 루트비히 Georg Ludwig는 이미 독일 정치의 핵심 축이었다. 영국은 결국 제국의 강력한 귀족을 왕으로 스카우트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왕관을 썼다고 바로 영국 왕답게 변신한 건 아니다. 영국 이민(?) 당시 54세였던 조지 1세와 31세였던 아들 조지 2세는 궁정 언어로 독일어를 유지했고, 영국 의회 연설도 통역에 의존했다. 영국 귀족들은 그들을 왕으로 모시면서도 문화적 거리감을 오래 느꼈다. 조지 3세에 이르러서야 조금 ‘영국 왕 답다’는 평가가 붙었지만, 그 역시 독일어는 유창했다.

빅토리아 여왕 시기엔 독일적 색채가 절정에 이른다. 어머니가 독일인, 남편 앨버트도 작센 코부르크 고타 Sachsen-Coburg und Gotha출신. 부부 사이의 대화는 언제나 독일어였고, 오늘날 영국의 상징처럼 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 풍습도 이 시기 독일에서 직수입된 문화였다. 빅토리아 여왕은 독일계 왕가들을 중심으로 방대한 혼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유럽 거의 모든 현대 왕실을 잇는 중심축이 됐다. 아홉 자녀와 수많은 손주들을 결혼을 통해 유럽 왕실 곳곳으로 보냈다. 훗날 1차대전 때 다양한 유럽 국가들이 참전했지만 사실 사촌들간의 싸움이었다. 영국의 조지 5세는 빅토리아의 손자, 독일 빌헬름2세는 외손자, 러시아 니콜라이 2세는 손녀 사위였다. 빅토리아 여왕은 유럽의 할머니다.

독일 하노버는 그래서 영국 국왕의 땅이었으나 빅토리아 여왕 즉위 당시 하노버에서는 여성의 왕위 승계를 인정하지 않아 빅토리아 여왕의 삼촌 에른스트 아우구스트 1세가 통치를 시작하고 갈라졌다. 30년 뒤 독일 통일 과정에서 흡수되고 사라진다.

2차대전 때 나찌 전범들 중 찰스 에드워드/칼 에두아르트가 당시 국왕 조지 5세의 사촌이었고 빅토리아 여왕의 친손자였다. 영국에서 태어났고 영국 왕자였으나 가문의 명령으로 10살 나이에 독일로 보내져 공작 작위를 계승했다. 히틀러의 강력한 후원자가 됐다. 전후 전범으로 벌금형을 받았다.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 공은 영국 해군 장교로 참전했지만 어머니가 독일인이고 그의 누나 4명은 모두 독일 귀족과 결혼했기 때문에 매형들도 나찌 당원이거나 군부와 연결돼 있었다.

필립 공의 사연도 파란만장하다. 덴마크 국왕의 둘째 왕자였던 아버지가 새로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한 그리스 왕실에 스카우트 돼 그리스 국왕 게오르기오스 1세가 됐으나 덴마크 왕위 계승권과 칭호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근데 필립 공이 그리스에서 태어나고 1년 만에 쿠데타가 일어나 그리스 왕족들이 마구 처형 당했다. 독일 헤센 대공국의 바텐베르크 가문 출신이지만 동시에 빅토리아 여왕의 증손녀로 영국 왕실의 직계 혈통인 어머니 앨리스 공주가 친정 영국 왕실에 구조를 요청해 영국이 군함을 파견해 구출해왔다. 그래서 필립 공은 프랑스, 독일, 영국을 떠도는 망명 생활을 하다가 그리스와 덴마크 왕위 계승권을 포기하고 그리스 정교회에서 영국교로 개종하는 조건으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결혼했다.

영국 왕실 성씨 또한 1917년까지 작센 코부르크 고타 Saxe-Coburg and Gotha라는 독일식 이름을 썼으나 1차대전이 터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영국이 독일과 싸우는 와중에 왕실 성이 독일식이라는 사실은 말 그대로 폭탄이었다. 국왕 조지 5세는 성을 작센 코부르크 고타에서 윈저 Windsor로 바꿨다. 하지만 그 역시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공식 석상에서는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엘리자베스 2세는 독일어를 잘 이해했지만 공식적인 장소에서는 잘 드러내지 않았다. 아들인 현 국왕 찰스 3세는 아버지 필립 공의 영향으로 독일어 구사가 능숙하다. 정상회담에서 독일어권 지도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장면이 해외 언론에서 여러 차례 포착됐다.

필립 공 쪽의 모계 친족들인 영국에 살던 독일의 귀족 가문 바텐베르크 Battenberg 씨들도 성을 마운트배튼 Mountbatten으로 바꿨다. 지금 왕실 멤버들은 마운트배튼-윈저라는 성을 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윈저였으나 필립 공이 자녀들에게 마운트배튼 성을 고집해서 합의를 봤다 한다. 왕위 승계를 포기하고 나온 해리 왕자도 공식 이름이 Henry Charles Albert David Mountbatten-Windsor다. 아버지가 왕세자였고 영국에서 왕세자는 일반적으로 웨일스 공이라 학교 다닐 때는 Harry Wales 라는 이름도 썼고 독립한 뒤에는 결혼할 때 받은 작위인 서섹스 공작에서 따온 Sussex 라는 성도 쓴다. … 그냥 자기 멋대로 아무 이름이나 쓰는 것 같다.

Carl Zeiss

2차대전 직후 미국과 소련의 독일 로켓 기술과 과학자 쟁탈전은 잘 알려져 있다. 근데 로켓 과학자만 탐을 낸게 아니다. 당시에도 광학은 매우 중요했고 독일 광학은 세계 최고였다. 미국은 칼 짜이쓰 Carl Zeiss 가 19세기에 세운 렌즈 회사 공장을 뒤져 핵심 인력과 특허 문서를 챙겨 서독으로 옮겼고 뒤늦게 도착한 소련은 남은 인력과 장비로 동독 짜이쓰를 세웠다. 기술, 상표권으로 싸우던 두 회사의 기술력은 냉전 양 진영 첨단 기술의 기준이 됐다. 독일 통일 뒤 두 회사는 다시 합쳐졌다.

안경, 카메라 렌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짜이쓰등 독일회사들은 최고였다가 일본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정밀광학 기기와 SLR 시장에서 밀렸다. 라이카도 부도 직전까지 갔고 롤라이가 망했고 짜이쓰도 바디 생산을 포기하고 야시카에 콘탁스 브랜드로 하청을 줬다. 광학의 왕좌가 일본으로 넘어갔다. 소비자 시장을 완전 장악한 일본의 칼날을 피해 짜이쓰는 초정밀 B2B에 집중했다. 반도체에서 ASML과 함께 EUV에 모든 걸 거는 도박을 했다. 대성공했다.

EUV 장비 안에 들어가는 거울은 지구상에서 가장 매끄러운 표면이다. 그 거울이 지구 크기였으면 가장 높은 산맥 높이가 0.5mm 정도로 매끄럽다. 굴곡이 없다. 그리고 그 거울을 만드는 기술은 세계에서 짜이쓰만 갖고 있다. 특히 EUV 장비와 기술은 해자가 너무 깊어서 라이벌들이 언제쯤 따라잡을 수 있을지 예측도 힘들다. 니콘과 캐논은 반도체 최선단 공정에서는 사실상 퇴출됐다.

수술용 현미경, 라식/스마일 수술용 장비, 다 짜이쓰다. 독점까지는 아니지만 절대 강자다. 자동차 엔진이나 항공기 부품 등 측정하는 산업용 측정기도 짜이쓰가 표준이다.

바디를 하청주고 있던 야시카마저 2005년 카메라 사업을 접으면서 렌즈는 아직 알아주는데 꽂을 곳이 없는 신세가 된 짜이쓰와, 뛰어난 이미지 센서 기술로 비디오카메라에서는 알아주는데 광학기술이 없어서 카메라시장에서는 무시 당하던 소니가 1996년부터 시작한 제휴를 키웠다. 먼저 소니 소형 디카에 짜이쓰 렌즈를 넣어 색감으로 주목받으며 시작했다. 이후 DSLR과 미러리스에서 A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니콘과 캐논에게 완벽하게 설욕했다.

요즘은 소니도 자체 제작 렌즈 라인업을 키우고 있고 짜이쓰도 다른 사업 할 게 많아서 소니에 집착하는 상황은 아니다.

한국 GPU 정책

–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아마존 등 4대 빅테크의 올해 자본지출(CAPEX)이 37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 JP모건은 AI 산업이 2030년까지 투자 대비 10% 수익을 내려면 해마다 6500억 달러의 매출을 내야 한다고 추산했다.

아이폰 이용자 15억 명이 월 34.7달러를 내야 하는 규모다.

– 이렇게 비교해 볼 수도 있다. 넷플릭스 이용자 3억 명이 연간 180달러를 더 내야 하는 규모다. 맥스 바인바흐(애널리스트)는 “어떻게 계산해도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존재하지도 않고 실현될 가능성도 희박한 수익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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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AI 업계 손익 계산이 안 나오는 이유는 아직 저 회사들 중 한 두 개 남고 나머지가 망하는 단계를 거치기 전이기 때문이다. 지금 업계에 투자되고 있는 금액이 4-5개로 나눠지지 않고 한둘에 집중되더라도 AGI에 도달하기는 마찬가지고 투자 대비 이익은 확 올라간다. 지금 분산된 투자액을 가지고 경쟁중인 회사들이 모두 개발에 성공하고 모두 흑자를 내는 건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똑같은 투자를 하고 있는 5개 회사가 있는 업계의 투자 회수를 말하자니 15억명 사용자가 매달 35불을 내야한다는 계산이지만, 그 중 4개 회사가 망하고 남은 회사가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15억명이 매달 7불을 내면 된다는 뜻이다. 현실에서는 아마 두개 정도 회사가 남아 각자 7억명에게 15불씩 받아 살아남지 않을까.

예를 들면 RTX 5090 같이 엄청난 성능의 GPU를 개발하는데 한 5개 회사가 각자 투자해서 각자 상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을 연상하면 된다. NVIDIA가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제 사실상 독점체제고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고 규모의 경제로 투자와 계획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TSMC의 기술력이 훨씬 소규모인 삼성보다 월등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고만고만한 회사 5개가 경쟁중이었으면 그 누구의 기술력도 지금 TSMC 수준까지 가지 못했다.

철로망이나 초기 인터넷 망을 까는 사업과도 비슷하다. 구글, 메타, 아마존이 지금 사업이 가능한 건 닷컴 거품 시절 인터넷 망과 기술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망해준 기업들 덕분이다. 아직 아무도 흑자는 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투자해서 최대한 망을 늘려야 본격적으로 인터넷 사업이 성장했을 때 큰 흑자를 노릴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경우는 정부에서 투자해 망을 깔고나서 민간에 매매하거나 대여해준다.

AI 경쟁에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 정부가 GPU 5-6만 장을 직접 소유하고 운용하기로 한 건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다. GPU같은 전략 자원이 한국 내에서도 경쟁 끝에 망하는 기업과 함께 방황하는 대신 정부 소유로 다양한 기업들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공공 클라우드를 만들어도 된다. 한국의 AI 기업들에게 AWS, Azure 역할을 해주는 거다. 급속도로 기술적으로 도태돼 감가상각이 극한을 찍는 GPU는 지금 같은 개발 단계에서 스타트업들이 사모으기는 힘들다.

이재명 정부의 선택이 더 빛나는 건 지금 AI 모델 경쟁에서 오픈소스 모델들이 약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큰 회사들이 수백억달러를 투자해 개발하고 있는데 일단 AGI가 완성되고 비결을 알고나면 대부분 회사가 개발에 성공하거나 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다. 아예 완전 오픈소스 모델이 AGI를 이뤄 아무나 다운받아 돌리면 된다던지. 그러면 앞에 큰 투자를 한 회사들이 투자 회수하기에는 불리해진다. 그때부터는 서비스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사업 승부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런 악조건에 버틸 수 있는 건 구글 같은 거대 기업들과 한국 정부가 소유하는 자원을 사용해 아이디어로 경쟁하는, 그리고 경쟁에 이제야 뛰어들기에 상대적으로 지출이 적은 한국 기업들이다.

기획경제에 비해 자본주의가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사실 경쟁에서 도태되는 자원을 생각해보면 자원을 항상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 아니다. 다른 체제에서 잘 안되는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다른 수준의 결과를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는 게 장점일 뿐. 큰 기업들의 투자 모두 회수하겠다는 건 기획경제적 발상이다. 자본주의에서는 개인들의 각자도생이지 사회 전체의 손익분기점은 따지지 않는다. 단, 미국은 순수한 자본주의 하라고 하고 한국은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은 다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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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경쟁에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역할이 중요하듯 반도체도 전략 산업이다.

삼성 파운드리를 분사한뒤 정부가 인수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삼성과 관계가 끊어지고나면 모든 사업을 다 하고 있는 삼성과 경쟁관계에 있는 애플, 다양한 팹리스들, 그리고 미중 경제 전쟁 이후를 생각하면 중국 기업들도 한국 파운드리에 주문을 시작할 수 있다. 지금은 삼성과 사업이 겹치지 않는 테슬라만 남아있다.

국민연금이 삼성전자 지분 8%가 있으니 분사후 주식교환으로 100% 정부소유 기업을 만들어도 괜찮다. 한국 정부와 경쟁하는 팹리스는 없으니.

TSMC는 공기업으로 시작했다.

석열이는 12살

윤석열은 한번에 한가지 이상 생각 못한다. 누가 사실을 지적하면 빠져나가려고 변명을 하다가 실토한다. 불리한 질문에 변명과 공격을 동시에 하면 1+1이니 효과가 2가 될거라고 생각하고 공격하려다 사실을 시인한다.

윤석열 정권 초 능력과 경력이 필요한 자리 인사에 너무 검사 낙하산 일색 아니냐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도 참여연대 민변 일색으로 뽑았다고 답했다. 문재인이 했으니 자신들도 장악을 위한 인사를 한다는 실토인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때 사실 민변이나 참여연대 출신 비율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번엔 ‘그것들 다 반국가혐의자들이니까’라고 공격하고픈 마음에 혐의를 시인해버렸다.

윤석열이나 트럼프나 12살이라고 생각하고 들어보면 어느 정도 그 사고 논리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촉매변환기 catalytic converter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무게당 가장 비싼 부품은 촉매변환기 catalytic converter다. 엔진보다 훨씬 작고 가볍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귀금속 때문에 단위 무게 가격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작은 금속통 하나에 백금, 팔라듐, 로듐 같은 희귀 금속이 붙어 있고, 특히 로듐은 금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중형차의 촉매는 몇 백 달러, SUV나 하이브리드는 천 달러 이상을 넘기기도 한다.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엔진에서 나오는 CO 일산화탄소, HC 미연탄화수소, NOx 질소산화물이라는 유해가스가 촉매 표면을 통과할 때 반응이 일어나고, 독성 물질이 더 약한 형태로 바뀌어 배출된다. 차가 어느 정도 달려서 온도가 충분히 올라가면 이 반응이 시작된다. 결국 뜨거운 배기가스가 귀금속 표면을 스쳐 지나가며 정화되는 셈이다.

이 부품이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크기는 작고 떼어내기 쉽고 무게당 가격은 고가 귀금속 덩어리와 비슷하다. 차를 통째로 훔치는 것보다 촉매 하나 잘라가는 게 훨씬 빠르다. 결국 자동차 아래쪽에 달린 이 작은 통은 정화장치이자 귀금속 덩어리이자 표적이다.

전기차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촉매변환기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차고에서 엔진 틀어놓고 잠들어 천천히 질식사하기”가 불가능하기도 했다. 일산화탄소를 제거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