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순익이 나기 힘든 사업들은 민간영역에 맡기려고 하면 안 된다.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예가 거의 없다. 철도, 인프라, 우주, 건강, 등등.
민간영역의 장점은 빠른 세대교체(iterations)에 있다. 뭔가 아이디어를 내고 시도해보고 안되면 바로 포기하거나 수정. 이게 개별 회사 내에서 이뤄질 때도 있고, 업계별로 이뤄질 때는 여러 사업자들 중 가장 잘하는 사업자만 남고 나머지가 도태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빨리 프로젝트를 접어서건 빨리 망해서건 일단 여러 아이디어 중 어느 게 나은지 실험하고 판단하기에는 민간이 훨씬 효율적. 단지 이건 많은 실패와 사업체/자본의 죽음을 통해 얻는 효율이다.
문제는 건강, 안전, 안보 같은 경우 빨리 해보고 망하면 접고 다른 거 해보고 하기 힘들다는 거다. 사람이 죽으니까. 이걸 시장에 맡겨 제일 효율적인 사업자만 살고 나머지 사업자가 관리하던 고객들은 건강, 안전, 안보를 잃게 되는 일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 우주산업 등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우주산업은 이윤이 날 수 있는 시점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몇십 년의 정부투자가 필요하다. 철도가 없는 나라에 철도회사가 단독으로 철로를 만들고 사업해서 이윤을 내는 건 초기 철로 건설 비용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가 만들고 계속 운영하거나 영국처럼 민영화 시도를 한다.
그러나 민영화 하는 순간 돈이 안되는 구간이 사라지거나 축소되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서의 공공성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돈이 되는 대도시 구간만 계속 신설 되기 때문에 국토균형발전의 반대방향으로 가게 된다.
한국은 흑자가 큰 수서발 고속철만 민영화했다. 당연히 남은 노선을 운영하는 코레일의 영업이윤은 내려갈 수 밖에 없고, 코레일이 운용중인 적자 구간들이 위협받는 상황으로 간다. 민영화에서 이걸 피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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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경우 국영철도를 여러개 구간으로 쪼갠 뒤 이윤이 많이 나는 구간과 적자 구간을 묶어서 각 사업자가 둘 다 책임지게 했다. 시골 지역 사용자들이 소외되지 않게 노선, 스케줄, 발권가, 모든 걸 미리 정해주고 사업자는 그 방침 그대로 운영만 하도록 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실제로 민영화 시도는 계속 실패했다. 아무것도 수정할 수 없는 노선 수주에 민간 기업들이 영국 정부에 제시할 수 있는 건 영국 정부에 주기로 한 라이센스 비용을 경쟁사보다 올리겠다는 것 뿐이어서 서로 더 낮은 이윤을 향해 돌진하다가 결국 수주한 회사는 운영해보고 적자가 나서 포기하고 나간다. 그러면 그 구간은 다시 국영화되고 몇 년 뒤 다시 민영화를 시도한다. 이 작업이 수십년간 수차례 반복되는 중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민영화된 기간보다 국영화된 기간에 사용자만족도 등이 더 높아서 도대체 왜 자꾸 민영화 하려는 건지 의문인 국민이 많다는 것. 그리고 민영화 된 뒤에 정부가 투자해야하는 보조금은 더 늘어서 민영화를 통한 비용절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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