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봐온 일부 페북 영세 진보 글쟁이들의 특징: 거의 조롱에 바탕한 글들이거나 엄청 뻘글을 세련되게 쓰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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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하거나 연계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비판이나 양비론으로 가기 쉬운데, 자신들도 해당되는 일에 대해서도 유체이탈해 혼자만 고고한 도덕적 지식인으로서 비판하는데 주저함이 없고, 흔히 조롱이 들어간다.
일단 저 스탠스에서 하기 좋은 유머가 비웃음이기도 하고, 특히 댓글을 보면 왜 비웃음이 들어가는지 확실해지는데, 글에 반응을 보내주는 사람들이나 댓글 다는 사람들도 다 조롱 대상에 대한 극도의 혐오반응을 보이며 다양한 수준의 조롱을 전개하기 때문에 그 비웃음을 빼고 글을 쓰면 평소보다 절반 미만의 반응을 받아, 안 그래도 비참할 현실이 더 비참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두려워서 어떻게든 비웃음거리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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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그냥 진지빠는 뻘글로 도배되는 페이지들이야 여기저기 넘쳐나니 특별할 게 없지만, 일부 영세 진보 글쟁이의 경우 정말 너무 세련되게 쓴다. 내용을 보면 핵심 논점은 "여자가 피해호소하는 걸 의심하는 건 무조건 2차가해"나 "민주당만 무찌르면 세계평화가 온다" 수준인데 그걸 되게 술술 읽히게, 읽으면서 읽는 사람의 지적허기나 지적허영심까지 살짝 만족시켜주는 수준으로 써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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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시간을 갖고 오랜 기간 관찰하다보면 "왜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소비하지 않는 거지"하는 솔직한 한탄이 나오거나, 더 흥미로운 경우는 진보층에 유명 스피커 누군가에 대한 엄청난 증오심을 통해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경우 왜 그 사람을 증오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거는 매우 빈약해서 그냥 "그 사람은 최악이지. 왜 최악인지 모르겠다면 그건 당신도 최악이라서"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간다.
글 읽는 사람들 대부분도 '본인의 실력이 그 유명인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본인만 안 떠서'가 진짜 이유인 건 짐작하지만 누구도 본인에게 직접 말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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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무슨 말이 되건 안되건 데리다와 푸코를 끌어다 붙이는 인문학 초보들의 수준은 한참 넘어선 것 같은데… 걔들은 그래도 스스로의 허영심 만족이 목적이었지 누굴 증오하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 아니면 그 초보들이 진화해서 얘들이 된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