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오해.
1. 70년 전에 초강대국 미국과 소련이 온 힘을 다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을 우주공간에 보냈다. 70년대에 경쟁이 끝난 뒤에는 30년 간 그 둘을 제외한 어느 나라도 자력으로 유인우주탐사를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우주탐사는 어려운 기술이며, 유일하게 달에 사람을 보내 본 미국도 그 뒤로 그 노하우를 실전한 상황일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분야다.
달 탐사가 가능하려면,
A. 지구 중력을 벗어날 수 있는 로켓 만들기(지금 가장 주목받는 스페이스엑스도 이제 겨우 지구 중력 탈출 기술을 안정화한 수준)
B. GPS도 없던 시절(지금도 GPS는 2만km 밖으로 나가면 못 씀)에 38만km 떨어진 달이라는 목표물에 이 로켓을 (아폴로11의 경우) 시속 3280km로 쏴서 명중 시켜야 함. 게다가 이 목표물은 시속 2680km로 옆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 비교하자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총알을 내가 다른 총알로 수직으로 쏴 맞추는 것보다 한 1억배 어려움.
C. 명중 시키는 것 뿐 아니라 시속 3280km로 달에 접근 중이던 로켓을 감속시켜서 달 표면에 살짝 착륙해야 함.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중국은 아직 경제굴기 전이고 경제규모가 일본의 절반 수준이던 2003년에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탐사를 시작했고 2013년에 달 탐사까지 시작.
중국은 사실 1964년에 핵실험에 성공할 정도로 과학기술에 오랜기간 투자해온 나라. … 더불어 역시 우주기술 강국인 인도도 이미 1940년대부터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시작. 단기간에 돈으로 해결한 졸부들이 아님.
이제 중국은 사람을 달 착륙 시키는 것도 10년 안에 가능할 걸로 예상.
2. 중국 시노팜 백신을 두고, "중국제라 못믿어" "사기를 한 두 번 쳤어야지"라는 반응이 서방세계에서는 주로 극우단체를 중심으로 나온다. 중국과 경제-체제 경쟁 중인 미국-유럽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건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할 때마다, 핵실험 할 때마다 "거짓말이야. 진짜로는 그런 기술 있을리가 없어"라고 애써 폄하하고 무시하며 문제를 키워 온 미국이니까.
근데 한국에서는 이런 중국 무시가 보편적이다. 이게 중국을 싫어하고 좋아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간 경쟁에서는 타 국가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 상대할 수 있는 건데, 그게 불가능할 정도로 중국을 혐오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혐오에는 주로 "중국 따위가 무슨 최첨단 기술이야. 미국유럽도 이번에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한 방식의 백신인데."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기술이 아니라 개발/임상 절차의 투명성 등이겠지만, 사실 이번 상황은 중국 뿐 아니라 세계 모두가 절차 무시, 각종 예타면제(!)를 통해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임상을 마치고 생산/접종에 들어간 것 자체를 문제 삼기는 힘들다. 시노팜 대규모 접종이 시작된지 한참 됐는데도 별다른 부작용 얘기도 안 나오는 거 보면 그냥 "중국이니까 음흉한 뭔가 있었겠지"가 유일한 근거.
3. 일본제국이 한참 전성기를 누리던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20~30대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국적이 일본이던 세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다들 일본국적이었고, 낙후되어있던 동아시아에 선진 문물/학문은 모두 일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고, 모든 공무원/대기업 취직자리는 일본인 혹은 조선 출신 일본인들이 독차지 하는 상황이 한 세대를 거치면 일본/일본어는 입신양명의 길이자 동경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몇 년 뒤 해방될 줄 몰랐던 이들이 일본을 동경하고, 일상적 대화에서도 일본어를 섞어 사용하며 지적 우월성을 즐겼던 건 민족적 관점에서는 비난 받을 수 있으나, 그 상황에 처한 개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지 않다.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해방 후 우리 관점에서 그들은 적극적으로 동족 탄압에 나선 수준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상황에 안주했던 근시안적 친일파다.
4. 그럼 1945년 뒤 신탁통치를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미국의 준식민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일상 생활과 직무에 영어가 쓰이는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토플토익 점수로 계급이 정해지는 상황도 역사적/세계적 정세 안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구석은 충분히 있지만 언젠가 미국과의 식민-피식민 관계가 완전히 종결되면…?
2050년의 한국인들이 2021년 한국인들의 글을 읽으며 "우와 이 친미파 새끼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스마트 건강지킴이' '스마트 주택공급'같은 걸 정책공약이라고 공개한 거 봐라"라고 해도 할말 없지 않나…
5. 한국의 중국 혐오가 적어도 일정 부분은 한국이 미국 영향권에 종속되어있기 때문이라고 치면, 이거 진짜 후세 한국의 역사가들이 땅치고 후회할 일 아닌가. 지는 태양 미국이 원하니까 우리는 뜨는 태양 중국과 척을 진다…
세계는 이미 중국의 무서움을 인정하고 대비하고 있는데 한국만 "그래도 미국이 최고" 여론이 77%… 그럼 이미 기울기 시작한 미-중 균형차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뒤늦게 자각할 때 오는 충격이 더 큰 위험일텐데.
무조건 미국에 올인하는 일본이 지금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걸 한국은 옆에서 보고 비웃으면서도 교훈은 얻지 못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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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중국 기술 쎔. 우리는 친미국가라서 그런지 중국 과소평가가 아주 심함. 미국 패권이 흔들린지 오래됐는데 한국은 일본따라 미국에 계속 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