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영웅들은 대부분 변신의 순간을 통해 각성된다. 이 변신은 단순히 외형 변화가 아니라 약자가 죽고 새로…
MCU 영웅들은 대부분 변신의 순간을 통해 각성된다. 이 변신은 단순히 외형 변화가 아니라 약자가 죽고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하는 통과의례다. 관객은 약자의 고통에 감정이입하다가, 변신 순간 폭발하는 희열을 공유하게 된다. 스티브 로저스는 말라깽이로 놀림받고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기계 문이 열리며 근육질의 신체로 다시 태어난다. 약자가 죽고 캡틴 어메리카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토니 스타크는 동굴 속에서 자동차 배터리에 의지해 생존하는 나약한 상태로 머물다가, 마크 I을 착용하는 순간 스스로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변한다. 토르는 오만한 신으로서 추방당해 망치조차 들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었다가, 다시 자격을 증명하며 천둥과 함께 부활한다. 이후 한쪽 눈을 잃고 아버지와 형제를 잃지만, 새로운 가디언 가족과 함께 우주를 떠돌며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한다. 브루스 배너는 과학자의 평범한 모습을 지니지만, 분노의 순간 초록 거인으로 변한다. 인간적 약점과 내적 상처가 터져 나오는 방식의 변신이다. 이러한 구조는 전통적 영웅담의 변형이다. 길가메시가 죽음을 체험하고 다시 깨닫듯, 헤라클레스가 시련을 거치듯, 이들은 모두 무력함·추방·상실을 겪은 후 재탄생한다. MCU는 실험실, 동굴, 왕좌, 수술실 같은 현대적 무대를 통해 같은 서사를 재현한다. 결국 이들은 모두 hero’s journey의 길을 따른다. Call to Adventure에서 약자의 모습으로 출발하고, Abyss에서 상실과 절망을 겪는다. 이어지는 Transformation에서 신체적·정신적 변화를 경험하며, Atonement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인다. 마지막으로 Return with the Elixir 단계에서, 토르가 가디언즈와 새로운 여정을 떠나듯, 이들은 세계에 기여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이 여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실과 승리를 동시에 겪고 귀환한 영웅은 또 다른 여정을 향해 나아간다. 매 시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가는 드라마처럼, 영웅의 서사는 계속해서 순환한다. 이러한 영웅의 여정은 현실 정치인의 삶에서도 반복된다. 각자 몇년 주기로 여정을 반복하기도 하고, 각자의 인생 전체가 하나의 영웅의 여정이기도 하고, 이들 모두의 이야기를 하나로 모아도 민주당의 여정이 된다. 김대중은 수차례 투옥과 납치, 사형선고라는 최악의 Abyss를 경험했지만, 끝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며 귀환했다. 그의 삶은 한국 정치사의 가장 분명한 Return with the Elixir의 사례다. 노무현은 정치적 무명과 끝없는 패배를 견디며 추락을 거듭했다. “바보”라는 별명으로 상징되는 약자의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끝내 대통령이라는 변신을 이루며 Transformation을 완성했다. 문재인은 평범한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출발했지만, 권위주의 시대의 고난을 지나 민주적 리더로 변모했다. 권력의 정점에서도 조용한 품격을 유지하며 귀환의 길을 걸은 모습은 Atonement의 단계와 겹친다. 이재명은 가난과 노동자의 삶이라는 현실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상처를 온몸으로 겪은 뒤 정치적 지도자로 부상했다. 그는 수많은 탄압과 위기를 통과하며 여전히 Abyss와 Transformation 사이를 오가는 여정 한가운데 서 있다. 조국은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부름에 응해 찬란히 빛나는 자리까지 올라갔다가, 권력의 중심에서 추락해 법정과 수감 생활이라는 어둠을 경험했다. 가족과 함께 감당한 고통은 그를 심연에 떨어뜨렸지만, 검찰정권이 깨지며 사면과 함께 정치적 리더로 복귀하는 모습은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인 귀환의 서막이다. 다섯 인물은 모두 고난과 추락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적 나약함을 드러내며, 다시 사회적 사명을 지닌 존재로 돌아왔다. Call → Abyss → Transformation → Return의 구조가 뚜렷하게 반복된다. 또한 한 인물의 여정은 다음 인물의 여정과 겹치며 이어진다. 민주진영 인물들이 모두 영웅이라서 이런 모습이 반복된 것이 아니다. 다양한 인물들 중에서 대중은 무의식적으로 영웅의 여정을 투영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억한다. 고난을 통과해 다시 돌아온 이들에게서, 대중은 영웅의 패턴을 본능적으로 읽어내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집단의 기억 속에 강하게 남는다. 전에 얘기했던 필연성과도 연관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