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서구문명에서는 1950년대까지도 외출할 때는 항상 모자를 썼다. JFK가 야외 유세할 때 모자를…

적어도 서구문명에서는 1950년대까지도 외출할 때는 항상 모자를 썼다. JFK가 야외 유세할 때 모자를 쓰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싸가지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그가 세계적인 명사가 되면서 전세계인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맨머리의 젊고 의욕넘치는 정치인 이미지로. 지금으로 비교하면 정치인이 무대에서 양복 자켓를 벗고 셔츠 팔을 걷어올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봐야할까. 또 할리우드가 폭발적 성장을 한 영향이 있다. 비싼 배우를 출연시켰는데 자꾸 모자에 얼굴이 가려지면 낭비니 특히 주인공들은 자꾸 모자 없이 등장하는 일이 많았다. 게다가 자동차와 베드타운이 보편화되며 야외에 노출돼 보내는 시간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하며 모자의 유용성이 확 줄어버렸다. 중절모 쓰고 자동차에 타는 게 너무 불편하니 다들 집에 두고 다니기 시작했다. 수천년 지속되다 꽤 최근에 갑자기 사라진 전통이다.

옛날에 배울 때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장점 중 하나가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재화를 만든다는…

옛날에 배울 때는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장점 중 하나가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재화를 만든다는 거였는데, 살면서 관찰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다.

흔히 하는 비교로 계획경제에서 비효율과 부패로 자원이 낭비되는데 자유시장에서는 개인들의 욕구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현신해 비효율적이거나 열등한 개인들을 쳐내서 해결한다는 건데, 수많은 사업가들이 도전해 몇 개가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망하는 적자생존 방식으로 걸러진다. 생각해보면 계획경제에서 사라지는 자원이나 자유방임에서 경쟁에 실패해 망해 없어지는 자원들을 따져보면 자원 낭비를 최소화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신 확실한 건 사람들을 걸러내서 최고 인재들을 한자리에 모아 전에 없던 뭔가를 만들어내는데에는 자유방임 자유경쟁이 최고다. 핵심은 누가 시켜서 하느냐 vs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느냐인데, 계획경제에서 결과물의 양은 사람들을 철저히 관리해 충족시킬 수 있지만 질을 향상하기는 힘들다. 스스로 열정이 생겨서 몰린 사람들을 당하지 못한다.

지금 AI 회사들의 30%는 내년 말까지 버티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폭스, 스카이 티비, 하퍼 콜린스 등을 소유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이 99년에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폭스, 스카이 티비, 하퍼 콜린스 등을 소유하고 있는 루퍼트 머독이 99년에 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모든 회사들을 소유하는 지주 신탁을 만들고 자신이 의결표 8표 중 4표를 갖고 네 명의 성인자녀에게 표를 하나씩 나눠줬다. 자신이 사망하면 자신의 4표를 네 자녀에게 하나씩 물려줘서 공동 소유하도록. 근데 25년이 지나고 보니 라클란 머독은 자기랑 같은 극우 성향인데 나머지 세 자녀는 충분히 극우적이지 않은 게 마음에 안들어 이 신탁을 수정해서 표를 모두 라클란에게 주려고 세명의 자녀와 소송을 시작했다. 세 자녀 중 두 딸은 특별히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일이 없지만 제임스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정반대로 진보운동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은 빌 클린턴과 바이든의 후원자다. 법적으로는 한 번 만들면 수정이 불가능한 irrevocable trust이기 때문에 소송해봤자 소용이 없지만… 부자들간의 소송은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93세인 루퍼트 머독이 사망하고나면 미국 극우 방송이자 미국 케이블뉴스 시장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애플같은 존재인 폭스뉴스도 급격히 중도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1989년 이후 총선에서 득표수로 이겨본 적이 없어서 각종 게리맨더링과 간접선거제도 등을 활용해 권력을 유지해온 공화당도 사실 트럼프 때문에 모 아니면 도의 도박만 계속 이어오느라 실력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고, 트럼프가 사라진 후에는 곧 무너질 걸로 예상된다.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 무한대의 선거자금기부 제도, 트럼프가 억지로 극우 판사들로 채운 대법원 등을 개혁할 걸로 예상되고 있고, 실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나면 공화당은 몇십년 간 집권이 힘들어진다. 재선돼서 민주주의를 종식시키는데 성공하지 않는 한, 트럼프의 진짜 역사적 의의는 미국 우파의 몰락이다.

6살짜리 딸아이에게 불빛이 나는 신발을 사줘서 좋아하며 학교에 갔는데 나중에 다른 신발 사달라고 함. 왜냐고…

6살짜리 딸아이에게 불빛이 나는 신발을 사줘서 좋아하며 학교에 갔는데 나중에 다른 신발 사달라고 함. 왜냐고 물으니 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 대비 숨는 연습을 하는데 신발이 반짝여서. 자기는 들키기 싫으니 다른 신발을 사달라고 했다 함.

1989년 영화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미국사람들이 야구 영화를 이야기할 때 꼭 빠지…

1989년 영화 [꿈의 구장 Field of Dreams]. 미국사람들이 야구 영화를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영화다. 사실 야구 경기 장면은 거의 안 나오고 옛날 야구, 옛 유명 야구 선수들에 대한 추억, 향수 그리고 일찍 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다루는 영화다. 야구 영화로서는 같은 케빈 코스트터 주연의 [19번째 남자 Bull Durham]가 더 경기 자체에 대한 내용이 많다. 원작 소설이 W.P. 킨셀라의 [맨발의 조 잭슨]인데, 여러모로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작가가 J. D. 샐린저의 팬인데, [호밀밭의 파수꾼]에도 홀든의 친구 리처드 킨셀라라는 인물이 있다. 맨발의 조 잭슨의 주인공 이름 레이 킨셀라는 샐린저의 미발간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서 따왔고 레이 킨셀라의 쌍둥이 형으로 리처드 킨셀라라는 이름을 썼다. 다시 정리하면 샐린저 소설들에 킨셀라라는 성을 가진 인물들이 있고, 실제 킨셀라가 이름인 작가가 자신의 소설에서 그 캐릭터 이름들을 차용했다. 게다가 맨발의 조 잭슨에서 주인공의 미션을 돕는 인물로 아예 작가 J.D. 샐린저를 등장시켰다. 샐린저는 원래 자신이나 자신의 작품에 관련해 툭하면 소송을 걸기로 유명한 작가고 실제로 영화 제작팀에게도 자기 이름 쓰지말라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영화에서는 그래서 그 인물 이름이 테런스 맨으로 바뀌었다. 테런스 맨을 납치해 데려가는 펜웨이 파크 야구장 장면에 어린 무명배우들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관객 엑스트라로 참여했다. 영화도 촬영하는 동안은 [맨발의 조 잭슨]이 제목이었는데, 촬영이 끝나고 제작사에서 어감이 안 좋다고 꿈의 구장으로 바꿨다. 감독 필 에이든 로빈슨은 자기는 맨발의 조 잭슨이 좋은데 왜 바꾸냐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근데 나중에 원작 작가가 밝힌 바에 의하면 자신의 소설도 원래 제목이 [꿈의 구장 Dream Field]였는데 출판사에서 마음대로 맨발의 조 잭슨으로 바꾼거였다. 우연이 계속 겹쳤다. 맨발의 조 잭슨이 실제로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진한 남부 사투리를 쓰는 왼손잡이 타자였지만 뉴욕 출신 이탈리아계 오른손잡이 배우 레이 리오타가 그 역에 적격이었기에 고증을 포기했다. 이 영화에 제대로 감동하기 위해서는 사실 미국 문화 속에서 보낸 유년기가 필요하다. 미국 영화에서 오랜만에 재회한 아빠-아들의 눈물 글썽이는 놀이는 항상 야구공 던지고 받기다. 그 감성을 생각하며 봐야한다. 영화 초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짧게만 설명하고 넘어간 뒤 마지막에야 갑자기 아버지와 재회를 하기에 좀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게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여읜 아버지의 모습을 투영하는데 도움이 됐다.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최애 작품이다. 마지막 장면의 줄을 이은 관객들의 차량은 촬영지 지역 주민들이 자원해서 자신들의 차를 몰고 나와줘서 촬영이 가능했다. 어차피 예산이 부족해서 생각만 했지 포기하려던 장면이었다. 동네 차 1500 대가 나와서 계속 하이빔을 켰다 껐다 해서 차가 움직이는 효과를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