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곤의 한계를 넘어: 언리얼 엔진 5.7, 복셀 기술로 게임 그래픽의 새 지평을 열다
게임 그래픽에서 모든 입체는 결국 삼각형(폴리곤) 조각들로 만들어진다. 아무리 정교한 캐릭터도 삼각형을 무수히 이어 붙여 형태를 만든다. 문제는 숲처럼 잎이 수백만 장 있는 장면을 그릴 때 생긴다. 잎 하나하나를 삼각형으로 표현하면 연산량이 폭증해 PC든 콘솔이든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움직이는 잎을 삼각형을 계속 자르고 붙여 형태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리얼 엔진 5.7은 이 문제를 복셀(voxel) 로 풀었다. 복셀은 표면만 다루는 폴리곤과 달리, 공간 전체를 작은 입자 단위로 쪼개서 처리한다. 보통은 부피 전체를 계산해야 해서 폴리곤보다 부담이 큰 기술이지만, 숲처럼 얇고 복잡하고 수가 많은 구조물에는 오히려 계산이 훨씬 줄어든다. 잎 수백만 장을 각각 삼각형으로 관리하는 대신, 숲 전체를 균일한 입자 단위로 다루면 되기 때문이다. 먼 거리의 풍경도 깨짐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복셀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80년대부터 있었고, 1998년작 델타 포스(Delta Force) 는 지형을 복셀로 렌더링해 그 시대 게임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엄청난 시야 거리와 부드러운 지형을 구현했다. 덕분에 당시 기준으로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먼 거리 저격이 가능했고, 플레이어에게 광활한 전장을 걷는 느낌을 줬다. 일반적 게임은 지금도 구현 가능한 거리 안에서 게임플레이가 이뤄지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한정된 공간을 느끼게 된다.
그 이후 대형 게임에서 복셀은 사실상 쓰이지 않았다. GPU와 그래픽 API가 삼각형 연산 중심 구조로 발전해왔고, 복셀은 메모리와 연산 비용이 높아 활용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언리얼 5.7 엔진에서는 Nanite Foliage 라는 기술로 복셀을 지원한다. 더 멋진 풍경을 구현할 수 있다. 복잡한 자연물을 다루는 장면에서 폴리곤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도 발전하지만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술도 이렇게 계속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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