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다이 타쯔야 仲代達矢 1932-2025 나카다이와 미후네는 둘 다 쿠로사와의 페르소나였으나 대중적 인기…

나카다이 타쯔야 仲代達矢 1932-2025 나카다이와 미후네는 둘 다 쿠로사와의 페르소나였으나 대중적 인기와 연기한 인물의 인기로는 나카다이가 미후네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함께 연기하는 장면에서 둘은 분명 동등한 무게감을 준다. 미후네가 점점 흥분하며 일을 저지르거나 해결하는 인물이라면 나카다이는 일을 저지른 뒤 주체하지 못하고 무너져가는 인물이다. 1950~60년대, 쿠로사와의 ‘요짐보’, ‘산주로’, ‘카게무샤’, ‘란’ 같은 작품 속에서 그는 미후네가 보여준 야성적 에너지와 달리 침묵, 균형, 내면의 폭발로 승부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상반된 방향에서 쿠로사와를 완성시켰다. 미후네는 폭발로 쿠로사와의 세계를 만들었고, 나카다이는 붕괴로 그 세계의 뒷면을 보여준 배우였다. 미후네가 폭발하는 분노라면, 나카다이는 회색빛 재 속의 빨갛게 타들어가는 후회다. 겉으론 절제되어 있으나 순간의 표정 하나로 인간의 비극과 허무를 드러낸다. 특히 그가 연기하는 인물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할 땐 우린 미후네도 옆에 있음을 잊고 나카다이만 보게 된다. 영화 바깥의 그는 담배를 나눠 피우던 동료, 감독에게 존댓말을 쓰던 신사, 그리고 후배들이 ‘선배님’ 대신 ‘스승님’이라 불렀던 사람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