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불의 이야기는 태국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태국의 Chaleo Yoovidhya가 크라팅 댕(Kra…

레드불의 이야기는 태국에서 시작됐다. 1970년대, 태국의 Chaleo Yoovidhya가 크라팅 댕(Krating Daeng)을 만들었다. 노동자와 기사들이 피로를 풀려고 마시는 로컬 에너지 드링크였다. 두 마리 붉은 황소가 부딪히는 로고도 그때 생겼다. 1980년대, 오스트리아의 Dietrich Mateschitz가 태국을 여행하다 크라팅 댕을 마셨다. 그는 시차 피로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직감했다. “이건 세계에서도 통한다.” 그는 곧 Chaleo와 손을 잡았고, 음료 이름을 영어식으로 바꿔 Red Bull을 만들었다. 1984년 두 사람은 회사를 세웠다. 지분은 마테시츠 49%, Chaleo 49%, 나머지 2%는 그의 아들 Chalerm에게 돌아갔다. 운영은 전적으로 오스트리아 측이 맡았다. extreme sports, F1, 축구 구단 인수 같은 공격적 글로벌 마케팅은 모두 마테시츠의 손에서 나왔다. 유위디야 가문은 운영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지만, 지분 덕분에 엄청난 부를 쌓았다. 그리고 외부투자 없이 사업 이윤 재투자로 성장했기에 초기 지분이 희석된 적이 없다. 지금도 유위디야 가문은 레드불의 51% 지분을 보유하며 태국 최대 재벌 가문으로 자리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태국 내에서도 여전히 T.C. Pharmaceuticals를 통해 크라팅 댕을 비롯한 음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규모는 글로벌 레드불에 비하면 훨씬 작지만, 태국 로컬 시장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존재감을 유지한다. 마치 일본 롯데에서 투자해서 시작했고 여전히 소유중이지만 한국 롯데가 규모는 열 배 이상 큰 상황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지분 구조가 우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마테시츠는 원창업자인 Chaleo의 기여를 존중했고, 지분 절반을 그대로 인정했다. 글로벌 확장에서 흔히 원저작권자가 배제되곤 하는 상황과 달리, 그는 파트너십을 존중하는 선택을 했다. 레드불은 단순한 에너지 드링크가 아니었다. 태국의 로컬 음료와 오스트리아식 글로벌 경영이 결합해 만든 아이콘이었다. 운영은 유럽에서, 부의 절반은 태국으로, 그리고 태국에서는 여전히 크라팅 댕이 살아 있다. 존중과 분업이 만들어낸 독특한 성공 모델이었다. 비슷한 스타일의 에너지 드링크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먼저 1960년대부터 리포비탄D 같은 작은 갈색 병 에너지 드링크가 널리 퍼졌고, 한국에서도 곧바로 박카스 같은 유사 제품이 등장했다. 모두 노동자와 학생층을 겨냥해 피로회복과 활력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뿌리가 같았다. 레드불은 이 아시아식 에너지 드링크 문화를 서구식 브랜드 전략으로 세계화한 사례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