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국쇠망사 – 5 전 세계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세계 질서를 관리하던 대영제국이 추락한 결정적 순간을 나…
#미제국쇠망사 – 5 전 세계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세계 질서를 관리하던 대영제국이 추락한 결정적 순간을 나는 1956년 수에즈 사건으로 본다. 이때부터 영국은 구축해놓은 세계 보급망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실질적으로 미국이 세계 패권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이 역사적으로 추락했다고 기억될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트럼프의 귀환이 그 후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해럴드 제임스는 그의 에세이 "Late Soviet America"에서 미국이 말기 소련처럼 되어가는 징후를 지적했다. 무기력한 리더십, 극단적인 사회/정치적 분열, 특정 이념에 대한 집착, 약화되는 국제 영향력 등이 그 징후다. 하지만 미국이 닮아가고 있는 몰락한 제국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서로마 제국이다. 사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로마제국을 모델로 삼았다. 수도 워싱턴 D.C.의 주요 관공서 건축은 고딕 양식의 영국과 달리 로마의 코린트 양식을 따라 지어졌다. 상원을 'Senate'라고 부르고, 각 주에 인구와 무관하게 2명의 상원의원을 배정한 것도 로마의 부족 단위 투표 방식에서 따왔다. 로마처럼 땅 소유자에게만 투표권을 줬던 초기 선거제도나, 'Department of State'라는 외교부 명칭도 자국을 하나의 제국으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건국의 아버지들, 특히 존 애덤스는 로마 공화정의 몰락에서 교훈을 얻으려 했다. 그들은 로마가 어떻게 사치와 권력 집중으로 무너졌는지 연구했고, 공화정적 덕목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많은 건국자들이 로마 인물의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했고, 정치적 이상 역시 로마에서 가져왔다. 'Cicero', 'Cato', 'Publius' 같은 이름들이 그것이다. 심지어 오늘날 미국의 3권 분립 제도는 고대 로마의 집정관, 원로원, 사법기구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닮아가고 있는 것은 건국 당시의 공화정이 아니라, 몰락 직전의 서로마제국이다. 정치인들은 공공 이익보다 개인의 이득을 추구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무능한 지도자들이 정국을 이끈다. 부의 양극화는 극심하며, 대부분의 부가 극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로마가 노예 노동에 의존하며 생산성과 혁신이 쇠퇴했던 것처럼, 미국도 금융화된 경제 구조 속에서 실물 생산보다는 자산 수익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혁신은 둔화되고 있다. 로마처럼 미국도 엄청난 군사비를 쓰고 전 세계에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자국 내 기반시설은 쇠퇴 중이다. 로마 제국의 도로와 수로가 무너졌듯, 미국도 새로운 인프라 건설은 정체되어 있고 기존 시설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 군사력 1위 국가임에도 자체 전함 건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도시 곳곳은 공동화되고 있다. 시민의식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로마가 말기로 갈수록 검투사 경기와 전차 경주로 대중의 불만을 무마했던 것처럼, 현대 미국은 인터넷과 소비 문화, 미디어로 대중의 주의를 분산시킨다. 정보의 과잉은 오히려 현실 인식을 흐리게 하고, 시민들은 무력하게 사태를 지켜본다. 또한, 로마가 한때 자신들이 아는 전 세계를 지배했던 것처럼, 미국도 'Pax Americana'라는 이름으로 전후 세계 질서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미국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고, 달러의 패권도 도전받고 있다. 동맹국들도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의 미국은 더 이상 건국 초기의 이상을 구현하는 공화국이 아니라, 기득권의 이익만을 반영하는 제국 말기의 형상을 띠고 있다. #미제국쇠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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