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그름을 떠나 순수하게 전쟁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주력 무기로 등장한 첫 전면전이다…

옳고그름을 떠나 순수하게 전쟁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주력 무기로 등장한 첫 전면전이다. 2차대전 시절에 디자인된 러시아 탱크들이 정말 순두부 허물어지듯 허물어졌는데, 사실 상당수가 드론 공격에 당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화면을 보면서 드론을 몰고 가서 장갑이 부실한 후면에 부딪히기만 하면 되니까. 탱크 입장에서는 드론이 너무 작아서 미리 감지하기도 힘들고, 숨어서 조종하는 적을 찾을 수도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상황이다. 이게 지난달까지의 상황이었다. 러시아도 처음엔 계속 당했지만 몇년 싸우다보니 방어 방법을 찾아냈다. 탱크 주변에 철, 철망, 건축 자재 등으로 외벽을 더 키워서 드론이 와서 터져도 안까지 뚫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이제 우크라이나 쪽은 이런 탱크 한 대 당 드론을 4-5개씩 터뜨려야 공략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게 통하자 러시아가 탱크들을 마구 개조해서 거북탱크를 만들고 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라 그냥 우크라이나 근처에서 찾을 수 있는 걸 다 붙여서. 이게 이번달 상황이다. 전쟁중에 아무리 작은 혁신이라도 전세를 완전히 바꿀 수 있는데, 우리는 지금 그걸 실시간으로 목격중이다. 우크라이나 쪽에서는 그동안 대당 $500 정도 밖에 안하는 드론으로 재미를 많이 봤는데 다시 비싼 포격 사격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거북탱크에 붙인 외벽은 포격에는 아무런 방어효과가 없기 때문에 거북탱크나 일반탱크나 똑같은 상황이다. 단지 전통적인 공격 방식이기 때문에 공격자가 노출되는 단점이 있고 병력/인구를 많이 잃는 중인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면 러시아에 바로 밀리게 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