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술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수천 년 동안 반복되며 증명된 가장 강력한 두 가지…

전쟁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술은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수천 년 동안 반복되며 증명된 가장 강력한 두 가지 전술은 포위와 집중 포화, 그리고 적장의 귀순 유도다. 포위 전술의 핵심은 단순하다. 적을 통째로 상대하지 않고, 일부분만 떼어내서 확실히 제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측 병력이 100 대 100으로 대치해 있다 해도, 상대 병력 중 20을 떼어내 고립시키고, 그 20을 상대로 우리 병력 60~80을 집중 투입해 포위할 수 있다면? 우리 쪽 피해는 최소화되면서도, 상대의 그 20은 전멸한다. 전력은 비슷한데도 결과는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이 원리를 반복하면 적은 계속해서 병력을 잃고, 지휘 체계는 혼란에 빠지고, 전의는 바닥난다. 이 방식의 정수를 보여준 인물이 히틀러다. 제2차 세계대전 초반 독일군의 전격전은 단순히 탱크를 빠르게 몰아붙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상대 진영의 일부분을 끊어내고, 포위망을 만들고, 그 안에 집중 화력을 쏟아붓는 방식으로 수십만의 병력을 빠르게 항복시켰다. 전투 자체보다 심리전과 구조적 붕괴를 유도하는 데 집중했던 것이다. 나폴레옹 역시 이 전술의 대가였다. 원래 포병 장교 출신인 그는 포병의 효율성과 타격 집중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적의 특정 지점을 찢어버릴 만큼 강한 화력을 집중시켰고, 그걸 기점으로 전열을 붕괴시키며 포위망을 만들어냈다. ‘결정적인 지점 하나를 부수고 나머지를 무너뜨린다’는 그의 방식은 그 후 모든 현대 전투 전략에 영향을 줬다. 이 전략의 해상 전투판이라 할 수 있는 사례들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은 단지 포위만 한 것이 아니라, 적을 유인해 정해진 범위로 끌어들인 뒤, 양익에서 동시에 화력을 집중해 순식간에 괴멸시키는 구조였다. 이는 영국의 넬슨 제독이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사용한 방식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넬슨은 전통적인 횡렬 전법을 깨고, 두 줄의 세로 열을 만들어 프랑스-스페인 연합군의 전열을 가로지르며 중앙을 절단했다. 양측에서 적의 교란과 분산을 유도한 뒤, 집중 타격으로 전투의 주도권을 장악한 것이다. 둘 다 집중 포화를 통해 적의 일부분을 고립·격파했다는 점에서 구조는 비슷하지만, 전개 방식에는 시대와 기술, 문화의 차이가 있었다. 이순신은 지형을 활용한 유인과 선제 기습, 화포의 정밀 운용에 기반한 동양식 전술 감각을 보여줬고, 넬슨은 상대보다 빠른 판단력과 전술적 창의성으로 근대 해군 전투의 전범을 만들었다. 이처럼 집중 포화와 고립 격파라는 원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대를 초월해 유효한 전략이라는 걸 증명한다. 포위와 집중 포화는 단지 힘으로 찍어누르는 방식이 아니다. 적의 조직을 분리시키고, 일부분을 고립시킨 뒤,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뜨려 더 싸울 의지를 없애는 것이다. 빠르고, 효율적이고,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도 적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적을 상대로는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 이순신의 학익진이 그랬고, 나폴레옹의 전격 화력도 그랬고, 히틀러의 포위섬멸전도 그랬다. 상대가 대응하기도 전에 무너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결정적 방식은 적장을 우리 편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수십 년간 적이 공들여 키운 장수를, 장병들과 함께 고스란히 데려오면 그건 단순한 인력 확보가 아니다. 그 안엔 정보, 전술, 인맥, 조직 내부의 심리와 갈등 구조까지 함께 따라온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귀순자를 적극 활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조는 능력만 있다면 과거는 묻지 않았다. 귀순을 받아들이는 것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전략적 이득이었다.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고, 상대의 리더십을 와해시키는 데 이보다 빠른 방법은 없다. 결국 전쟁은 총만 쏘는 게 아니다. 구조를 붕괴시키고, 사람의 마음을 흔들고, 지휘 체계를 잘라내는 싸움이다. 포위와 집중 포화는 몸통을 먼저 때리는 방식이고, 귀순 유도는 심장을 꿰뚫는 방식이다. 이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할 때, 우리는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그리고 이 원리는 오늘날의 정치, 조직, 여론, 전략 전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1:1 소모전은 가장 피해야 할 방식의 싸움이다. 전투를 이겨도 전쟁에서 지지 않으려면 매 전투를 쉽게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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