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시나는 겉보기에는 근육질 마초 캐릭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른 말재주와 지능적인 코미디 감각을 가진 배…

존 시나는 겉보기에는 근육질 마초 캐릭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른 말재주와 지능적인 코미디 감각을 가진 배우다. <피스메이커>나 <트레인렉> 같은 작품에서 그는 전형적인 남성 영웅 이미지를 스스로 비틀고 패러디하며, 유머와 아이러니로 캐릭터를 확장해냈다. 이러한 연기는 그가 단순한 액션 스타가 아니라 코미디와 풍자에 능한 배우임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을 브랜드화하기보다는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며 연기폭을 넓히고자 한다. 반면 드웨인 존슨은 철저한 자기 브랜드에 기반한 활동으로 혼자서 하나의 기업이 됐다. 그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일관된 이미지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이 방식은 1940년대 헐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연상시킨다. 당시 지미 스튜어트, 캐리 그랜트 같은 배우들도 일정한 이미지에 고정되어 유사한 역할을 반복하며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스토리보다 배우 자체가 영화의 상품이었던 그 시절처럼, 드웨인 존슨 역시 캐릭터보다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중심에 두고, 영화는 직접 제작해서 수익성을 높이고 그 브랜드를 유지·확장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 계속 같은 캐릭터를 반복하는 대신 벌리는 돈을 누구와서 나눌 필요 없도록 했다. 이러한 전략의 극한까지 성공을 이뤄본 드웨인 존슨은 <블랙 아담>을 통해 자신을 위한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만들고 싶었다. 마블의 로버드 다우니 주니어같은 역할을 디씨에서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드웨인 존슨은 이 작품을 통해 DC 유니버스의 중심이 되려 했고, 실제로 제작 전반에 강하게 관여했다. 그러나 블랙 아담은 그의 브랜드에는 충실했지만, DC 세계관의 방향성과 충돌했고, 결과적으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실패로 끝났다. 이 실패는 단순한 스타 캐스팅만으로는 영화 세계관을 설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마블은 원래 작은 제작사였고, 먼저 <블레이드>를 야심차게 만들었지만 흥행에 자신이 없어서 뉴라인시네마에 거의 제작비만 받고 팔아 처분했고 뉴라인시네마는 큰 돈을 벌었다. 실력과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배짱이 없었던 마블은 투자를 받고 제대로 준비해서 <아이언맨>을 성공시켰다. 사실상 하나의 도박에 가까운 시도였다. 지금의 큰 마블 제국이 아니라 아직 자신들이 뭘 하는지 확신이 없는 팀이었다. 아이언맨의 극본은 영화 촬영중에도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언맨의 성공 이후 디즈니에 인수되고 자본이 들어왔음에도 마블은 케빈 파이기라는 창작 총괄 아래에서 장기적인 세계관 설계와 캐릭터 중심 전략을 지속했다. 거대한 제국으로 성장하면서도 예술적 일관성과 스토리의 흐름을 잃지 않았다는 점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덕분에 수십편의 영화와 드라마에도 불구하고 일관성과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마블은 작가와 감독에게 충분한 창작 자유를 주되, 전체 계획 안에서 움직이도록 유도했고, 그 시스템이 수년간 신뢰를 낳았다. 반대로 DC는 워너브라더스라는 대기업의 자산으로 시작했고, 창작적 통일성보다는 경영진과 투자자의 기대에 따라 프로젝트가 좌우됐다. 특정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 곧바로 책임자와 방향이 교체되는 식의 운영은 창작 환경을 근본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각 작품마다 비전이 달랐고, 다양한 버전의 슈퍼맨과 배트맨이 존재하고 스토리가 하나로 이어지지 않는다. 같은 캐릭터가 전혀 다른 세계관에서 등장하는 혼란이 반복됐다. 결국 DC가 창작의 주도권을 스타나 투자자가 아닌, 하나의 통합된 비전 아래 놓아야만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블랙 아담>의 실패가 다시 확인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