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신상태가 메롱한데, 그래도 아래 글에 부연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시사 상식만 있어도…
지금 정신상태가 메롱한데, 그래도 아래 글에 부연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어느 정도 시사 상식만 있어도 다 이해될 만한 글이지만 중앙일보 기자들 중에는 상호방위조약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냉전 초기에 이미 미소 양국이 핵무장을 하면서 핵공격에 대한 방어전략으로 MAD(mutual assured destruction, 상호확증파괴)라는 개념이 성립됐다. 상대가 쏜 핵무기를 막을 방법은 없지만 최소한 상대에게도 보복 핵공격을 해서 서로 망하는 걸 확실하게 보장하면 서로 재래식 전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선전포고하는 순간 언제 상대가 먼저 핵공격을 할 지 예측할 수 없어서 선제적 핵공격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역설적으로 평화가 유지된다. 그렇게 냉전이 끝날 때까지 전세계가 벌벌 떨며 평화를 지켰다.
한국전에서 미국과 중국은 참전했지만 소련이 끝내 참전하지 않은 것도 소련도 이미 49년에 핵개발에 성공했기에 핵보유국 미국과의 전면전을 피하려는 노력이었다.
핵방어 전략은 그렇다치고, 그럼 그 전략을 뚫고 핵보유국을 상대로 군사행동을 할 방법은 아예 없는 걸까? 있다. Salami Slicing Tactic, 살라미 전술이라는 게 있다. 군사행동을 하되 아주 조금씩 수위를 높혀서 상대가 핵버튼을 누르기 굉장히 고민되게 만드는 전술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이 핵보유국인데, 독도 근해에 일본 상선이 좌초한다. 일본 해경이 나타나 구조작업을 하며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의 양해를 구한다. 이런 정도의 마찰로 한국이 일본에 핵공격을 시작하긴 애매하다. 근데 해경이 자위대 함선으로 교체된다. 그럼 핵공격을 할까? 역시 애매하다. 구조된 선원들이 기상문제를 들어 독도에 잠시 정박한다. 핵공격을 할까?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자위대 대원들도 독도에 올라선다. 핵공격을 할까? 핵공격을 하는 순간 양국 모두 패망이다. 재래식 전력도 사실상 동원할 수 없다. 둘 다 핵보유국이기에 평화 또는 공멸 뿐이다. 이렇게 상대의 핵공격 선택을 쉽지 않게 만들어주며 야금야금 잘라먹는 게 살라미 전술이다.
소련이 실제로 계획했던 건 동독 경찰과 군을 통해 서독 점령을 시작하되 최종적으로는 소련군이 서독에 진둔하는 방식이었다.
이 살라미 전술에 대응하는 게 나토다. 우리는 한국에서도 나토라는 단어를 너무 많이 들었지만 나토가 실제로 행동하는 걸 별로 본적이 없기에 그게 뭔지도 애매모호한 사람들이 많을 거다. 단순히 그냥 서유럽국가들과 미국이 시작한 군사동맹이자 상호방위조약이다. 나토 멤버국가 하나가 침공을 당하면 나머지 멤버들도 자동으로 선전포고하게 된다. 1, 2차 대전이 시작된 바로 그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나토국가들 대부분이 핵무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이 이들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군사행동이 미국과의 전면적 핵전쟁으로 제한된다. 반대쪽에서 소련은 동구권 공산주의국가들과 바르샤바조약을 맺어서 대응했다.
미국이 구소련 국가들을 야금야금 포섭해 하나 둘 씩 나토에 가입시킨 것도 일종의 살라미전술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넘어가면 러시아는 육상전 국토방어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우크라이나가 이 살라미 전술의 한계선이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받아줄 생각이 없었던거다.
이 상호방위조약은 핵무기가 없는 국가와의 무력충돌에서조차 다양한 재래식 전략을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에 평화 또는 전세계의 멸망이라는 두가지 옵션만 남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 평화 혹은 전세계의 멸망이라는 옵션만 남겨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으려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중앙일보 기자가 북한이 미국을 공격했다간 자살행위가 되므로 북핵의 목표물은 한국이고, 따라서 일본과 군사동맹을 맺어야한다는 주장을 한 것 같은데… 그냥 내가 기자하는 게 세계평화에 도움 될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이래 상호방위조약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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