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평시에는 한국 대통령이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만, 유사시 즉시 전작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

한국은 평시에는 한국 대통령이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만, 유사시 즉시 전작권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가고, 그 자리는 미국 4성 장군이 맡는다. 이 말은 곧 전쟁이 발발하면 3만 명이 안되는 미군이 한국군 50만~60만 병력을 자동으로 지휘하게 된다는 뜻이다. 전쟁 발발 여부 판단은 미국과 미국이 기침하면 꿈찔하는 한국, 양국이 합의하에…니까 사실상 미국 대통령이 결정한다. 주한미군 기지에 폭탄이 하나 떨어져도 한국군 전작권이 넘어갈 수 있다. 여기서 지휘권이 아니라 통제권이 넘어감은 군을 실제로 움직이는 작전을 미군이 짜고 한국 대통령에게 보고해서 제가받는 형식을 따른다는 뜻이다. 여전히 지휘권을 갖지만 한국 대통령은 명령권이 없고 미군의 작전 계획에 거부하며 반항할 권리만 있다. 한국군이 미군이 원하는 작전을 수행하지만 작전의 정치적 책임을 여전히 한국 정부에 남겨두기 위한 장치다. 책임을 피하기 위한 장치는 또 있다. 바로 한미연합사령부다. 형식적으로는 한국 대통령의 전작권을 미군이 뺏어가는 게 아니라 60만 한국군과 3만 주한미군이 연합사 아래에 있고 연합사가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명령을 동시에 듣는 구조다. 연합사 안에 한국군-한국 대통령/미군-미국 대통령 이 양측이 동등하면 모르겠지만 한국군 수가 너무 많고 미국 대통령이 너무 강하다. 그냥 한국군을 미국 대통령이 지휘하는 구조다. 한국의 군대가 갑자기 외국 대통령의 명령을 듣게 되는 점에서 매우 이상한 구조인 건 변함이 없지만 '권한이 미군으로 넘어가는 건 아냐!'라고 변명할 수 있게 해준다. 그것도 한국 인구에 비해 기형적으로 보병 위주로 60만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군을 현대전 무기 위주인 주한미군이 지휘한다. 전쟁시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올 병과/보직을 수십만 명 한국군이 준비해놓고 한 줌의 주한미군의 지휘를 기다리는 셈이다. 혹시 미국에게 필요해서 한국군이 그동안 그렇게 말도 안되는 구조로 유지되어왔던 건가. 북한 핑계로 한국 남성들이 인생에 가장 생산력 높을 18개월을 포기하게 만들어가면서? 남의 나라 젊은이들을 총알받이로? 전시작전권은 단순한 협조 체계가 아니다. 한국군의 작전계획, 병력 이동, 화력 운용, 반격 시점까지 모두 미국의 통제 아래 들어간다.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밑에 있다고 알려져있지만, 한국은 미국이 보복해주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위치에 있다. 한미 조약 어디에도 자동으로 핵보복공격해준다는 말은 없다. 심지어 미국이 보복을 결정하지 않으면 한국은 속수무책이다. 이건 억제력이 아니라 미국의 의지에 기대는 구속이다. 사실 미국이 냉전 기간 동안 열심히 팔았던 핵우산은 적어도 지금은 100% 허구의 사기다. 미국이 간도 빼주는 철혈맹방 이스라엘이 미국을 못믿고 스스로 핵을 개발한 이유가 뭐겠나. 1,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은 상호방위조약 남발은 공멸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타의로 세계적 핵 전면전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는 조약은 더 이상 맺지 않는다. 북한이 한국에 핵공격한다고 미국이 러시아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북한에 핵공격을 할 수 있겠나. 러시아가 북한을 대하는 입장도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입장과 크게 다를 건 없지만 미국 입장에서 저런 리스크는 아무리 작아도 받아들일 수 없다. 반면 한국은 핵을 보유하지도 않으면서, 미국의 핵 적대국들—북한, 중국, 러시아—모두의 선제 핵공격 대상이 된다. 주한미군 기지는 미군 전략자산이므로, 미국이 전쟁에 휘말릴 경우 한국의 방침과 무관하게 자동 타격 대상이 된다. 거기다 한국은 SLBM 개발 성공과 함께 현무-5 라는 세계 유일한 이동 발사형 벙커버스터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라 핵무기가 없어도 핵공격을 받았을 때 보복 공격이 가능하다. 우리의 보복 공격이 핵공격은 아니더라도 상대국가의 주요 도시들과 산업들은 파괴할 수 있다. 한국은 자체 전쟁 억지력이 강해서 미국의 가짜 핵우산이 이미 필요하지도 않다는 뜻이다. 주한미군의 주둔 의미가 없다. 한국은 그럼 핵전쟁의 모든 비용과 위험을 안고 핵보유의 혜택은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한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지어주고 주둔 비용 일부를 부담해주고 있다. 필리핀의 미군기지들은 필리핀 정부에 막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 구조가 그야말로 황금알 낳는 거위다. 평시에 미군 2만8천 명을 한국에 두고, 한국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수조 원 규모로 내면서 기지 건설·운영까지 도와준다. 그런데 유사시에는 미군 사령관이 단숨에 세계 5위 전력을 가진 한국군을 자신의 병력처럼 쓸 수 있다. 아주 적은 비용으로 거대한 보병과 탄약고, 기지, 방어선을 자동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군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유사시에 주한미군 기지 방어도 현지 군에 맡기고 전부 다른 지역으로 작전 나가도 되는 유일한 해외 미군기지이자 해외 미군기지들 중 최대 규모다. 가장 중요한 동아시아에, 그것도 중국과 육로로 연결된 곳에 있다. 게다가 한미연합사는 미군의 글로벌 작전체계 안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한국군 병력이 한반도 방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군 전략에는 중국, 러시아, 대만 유사시에까지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통합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미국 입장에선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놓은 이 상황이 너무 소중하지만, 트럼프 같은 바보가 등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서 균열이 생긴다. 트럼프는 한국을 ‘무임승차자’라 공격하지만, 실은 미국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병력과 전략적 거점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보수 안보 엘리트들이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보고 큰소리는 못내지만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구조는 미국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오리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 배를 갈라버리겠다고 위협한 셈이다. 이건 안보적으론 바보 같은 선택이고, 경제적으로도 미국이 손해 보는 행동이다. 요약하면, 전작권 구조는 한국에게 전략적 자율성을 빼앗고, 미국에게는 동맹국의 군대를 사실상 무료로 쓸 수 있는 특권을 제공한다. 이걸 단지 '협력'이라고 포장하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이건 상호 호혜가 아니라 한쪽이 모든 권한을 갖고 다른 한쪽은 그 결정에 따라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방적 종속이다.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