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특성 중 하나가 정해진 규칙의 원리/정신 등을 따지기 보다, 그 규칙이 사문화 될 때까지 그냥 묻지…

한국의 특성 중 하나가 정해진 규칙의 원리/정신 등을 따지기 보다, 그 규칙이 사문화 될 때까지 그냥 묻지 않고 따른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선거법도 원래 만들어질 때의 부정선거를 막기 위한 의도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민중의 정치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데, 선거 때마다 그걸 느끼면서도 그걸 상대 진영에게 잘 지키라는 공격용으로 사용 하지 근본적으로 고치려는 시도는 거의 없지요.

당권-대권 분리도 군부독재 시절, 그리고 삼김 시대 당 총재가 대통령이 되고 대통령 임기 중에도 당 총재를 계속 수행하는 구조를 바꿔서 제왕적/독재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여보려는 시도였는데, 이제 그런 의의는 사라지고 그냥 대통령 할 사람은 당 대표까지 하려는 욕심 내지 말아라 하는 정도로 변질되어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박원순이나 이낙연같은 유력 주자들을 끌어내리는 데에 활용되고 있지요. 물론 그렇게 해서 당이나 민중이 보는 이득은 없습니다.

총리가 당연히 당 총재/대표를 하는 내각제 국가들은 얘기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여당의 실질적 지도자는 대통령입니다. 미국같이 당 의장을 따로 뽑는 국가에서도 당 의장은 내부적 교통정리와 실무를 하고, 당의 실질적 대표자는 상하원의장들과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은 공무원이니 정치활동을 하면 안된다고 알고 있지만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은 없습니다. 한국처럼 단임제도인 국가에서는 그럴 일이 없어서 어색하게 느껴지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트럼프처럼 재임 중에 선거 유세도 많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청와대 소속인 인사들도 공무원 자격으로 정치활동을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내각제 국가에서는 그때그때 업무의 성격에 따라 참여 인력을 구분하는 정도로 타협이 됩니다. 대통령이 유세를 다니려면 비서/경호인력을 떼놓고 다닐 수는 없으니 공무원이 정치유세를 지원하는 일도 당연히 생기는 거구요.

대통령이 당선 되면 그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자동으로 여당이 되고, 대통령이 탈당해버리면 여당에서 야당이 되는, 여당의 존재 자체가 대통령에게 달려있는 구조에서 한국처럼 여당과 청와대를 엄격하게 분리하려는 게 힘들기도 하고 부자연스러운 건 순리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권-대권을 강제로 분리시키는 제도를 다시 살펴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현존하는 규칙을 지키는 것과 고치는 것 사이에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럽고 자원낭비가 덜한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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