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4년, 한 섬에 새 총독이 부임했다. 그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곳은 한적하고 낡은 풍경만 남은 작은…
1814년, 한 섬에 새 총독이 부임했다. 그가 도착했을 때만 해도 이곳은 한적하고 낡은 풍경만 남은 작은 섬이었다. 약 만 명 남짓한 인구에 바다를 낀 마을은 정겹지만 가난했고, 주민들은 관청의 부패와 무능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며 살았다. 길은 엉망이었고, 농사는 늘 비슷한 작물만 재배해 흉작이라도 들면 버틸 방도가 없었다. 산업이라 해봐야 소규모 채광과 어업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총독은 달랐다. 그는 단순히 머물거나 기존 체제를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섬 전체를 새로운 실험의 무대로 여기는 듯했다. 첫날부터 관청의 장부를 들여다보고 부정과 비리를 색출했다. 낡은 세금 제도를 손봐 재정이 곧바로 섬의 공공 사업에 쓰이도록 했다. 사람들이 “이제는 내는 세금이 어디로 가는지 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다. 행정 개혁은 인프라 정비로 이어졌다. 그는 우선 섬의 길부터 손봤다. 오래된 비탈길을 고치고, 주요 마을들을 곧장 잇는 새 도로를 닦았다. 주민들은 예전에는 반나절 걸리던 길을 몇 시간 만에 오가게 되었고, 물자 유통도 활발해졌다. 항구도 정비되어 배가 더 많이 드나들 수 있었고, 작은 섬에서조차 교역의 숨통이 트였다. 농업 개혁도 빼놓을 수 없다. 총독은 새로운 재배법과 작물을 도입했다. 척박한 땅에는 감자와 옥수수를 권장했고, 이미 익숙한 포도와 올리브는 더 과학적인 방식으로 가꾸게 했다. 그는 직접 농부들과 만나 “작은 땅이라도 잘 쓰면 배를 곯지 않는다”고 설득했다. 그 결과 섬의 식량 자급률이 높아졌고, 남는 작물은 시장에 내다 팔 수 있었다. 섬의 산업이라고 해봐야 작은 광산 정도였지만, 총독은 여기에 눈을 돌렸다. 철광을 체계적으로 개발하도록 지시하고, 산출물을 외부로 내보낼 수 있도록 운송 체계를 강화했다. 비효율적이고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자 섬의 경제는 예기치 못한 활력을 얻었다. 주민들은 처음으로 “우리 섬이 가진 자원이 이토록 값진 줄 몰랐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총독은 단순히 경제적 기반만 다진 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 환경까지 손봤다. 위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하수 시설과 쓰레기 처리를 정비했고, 마을마다 샘과 분수를 새로 만들었다. “예전엔 여름마다 물이 모자랐는데, 이제는 아이들까지 마음껏 씻고 물을 길어간다”는 말이 들릴 정도였다. 교육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학교를 세우고, 글을 모르는 아이들을 모아 기초 교육을 받도록 했다. 섬의 어른들은 “이곳에서 글을 배울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놀라워했다. 작은 섬에서조차 문맹률이 떨어지고, 새로운 세대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문화와 여가도 무시하지 않았다. 총독은 음악회와 축제를 장려하고, 주민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행사들을 자주 열었다. 섬사람들은 그를 단순한 지배자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후원자로 여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패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관료들이 세금을 빼돌리고 자기 잇속을 챙기는 게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감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총독이 직접 모든 걸 점검하고, 부정이 드러나면 엄격히 처리했기 때문이다. 섬사람들은 “드디어 섬에 정의가 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독은 작은 섬이지만 재무부, 법무부, 공공사업부 등을 설립했다. 이 모든 변화가 고작 10개월 남짓한 시간에 일어났다. 마치 수십 년은 걸려야 할 개혁이 한순간에 이뤄진 듯했다. 주민들은 그의 지도 아래 섬이 달라지는 걸 직접 눈으로 보았고, 불가능할 것 같던 변화가 현실이 되는 걸 경험했다. 이 총독의 이름은 나폴레옹 황제,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프랑스 코르시카 사이의 그 섬의 이름은 그의 유배지 엘바였다. 퐁텐블로 조약에 따라 나폴레옹이 제6차 대프랑스 동맹에게 항복하는 대신 엘바 섬이 황제의 자치령이 됐다. 이탈리아어를 쓰는 섬이었지만 코르시카에서 태어난 나폴레옹에게 이탈리아어는 모국어였다. 20년간 프랑스와 유럽을 바꾸고 개혁했던 것처럼 이 섬에서도 10개월만에 같은 업적을 이뤄냈다. 몇달 지나지 않아 그는 이곳을 탈출해 프랑스로 향했고, 다시 한 번 대륙을 뒤흔들 재정복의 길에 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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