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방한해 사드 문제를 꺼냈다. 한국이 즉각 내놓은 답은 말 대신 미사일…

2021년 9월,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방한해 사드 문제를 꺼냈다. 한국이 즉각 내놓은 답은 말 대신 미사일이었다. 바로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SLBM 시험 발사 현장을 참관했고, 국방부는 영상까지 공개했다. 당시에는 군사 기술의 진보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명확한 외교적 메시지였다. 핵은 없지만,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깊숙이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이미 손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SLBM은 은밀성과 생존성이 핵심이다. 어디에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재래식 타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핵이 아니어도 핵에 대한 보복 수단이 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한국을 ‘일방적 제재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 그 전까지는 한국이 핵공격을 받았을 경우, 실질적인 보복 타격 능력은 주로 미군의 전략자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주한미군이 핵공격을 저지해주는 의미가 컸다. 하지만 SLBM 같은 비핵 전략무기는 한국이 핵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뒤에도 반격이 가능하다. 한국은 바로 그런 실전 억제 수단을 확보한 것이고, 그 순간부터 중국의 한국 대상 핵 사용은 미군 없이도 비용이 너무 커졌다. 그리고 2023년, 중국은 ICBM인 둥펑-41을 태평양으로 발사하며 미국과 주변국을 동시에 위협했다. 바로 그 직후, 한국은 현무-5를 공개한다. 사거리 3,000km, 최대 탄두 중량 9톤에 달하는 괴물이다. 재래식 미사일이지만, 기존의 어떤 비핵 미사일보다 파괴력이 몇배로 압도적이다. 단일 탄두 무게로 보면 미국의 신형 PrSM(탄두 약 90kg)의 100배, 중국의 DF-17보다 10배 이상 무겁다. 산을 날릴 수 있고, 콘크리트 사일로와 지하벙커를 그대로 관통해 들어간다. '파괴하고도 남는' 무기다. 3000km 사거리는 사실상 중국 전역을 커버하는 대 중국용 무기다. 중국 전역 어디든 9톤의 무게로 지하까지, 혹은 지상에서 9톤의 RDX&TNT로 소형 핵무기 수준의 폭격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동식이다. 아무도 모르게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배치가 가능하다. 적의 선제 공격을 통한 무력화가 힘들다는 뜻이다. 역시 한국이 핵공격을 받을 시 보복 공격을 가능하게 한다. PrSM은 정밀한 속공용 무기다. 사거리 500~700km에 고기동성이 강점이지만, 90kg 탄두는 기갑이나 방공망, 고정 시설을 무너뜨리기엔 부족하다. 현무-5의 위력은 사실 벙커버스터와 맞먹기 때문에 다른 미사일과 비교하는 게 무리가 있지만, 대부분의 벙커버스터는 항공 투하식 폭탄으로 자력 추진이 불가능하다. 즉, '미사일'이 아니라 '폭탄'이기 때문에 운용 방식과 적용 범위가 전혀 다르며, 비교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중국의 DF-17은 극초음속 활공체를 탑재해 속도와 회피 능력은 뛰어나지만, 역시 탄두는 수백 kg 수준. 즉, PrSM은 ‘빠른 메스’, DF-17은 ‘요격이 어려운 단검’이라면, 현무-5는 ‘정확히 떨어지는 철퇴’다. 9톤이면 요격도 의미 없을지 모른다. 미국이 이런 초중량 비핵 미사일을 갖지 않은 건 단순하다. 핵이 있고 미국은 어디서건 제공권부터 확보하기 때문이다. 현무-5에는 9톤의 TNT를 실을 수 있지만,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리틀보이의 폭발력은 15000톤 TNT다. 하지만 핵은 사실상 사용 불가능한 전략무기다. 한 번 꺼내는 순간 외교는 무너지고, 사용한 나라는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게 된다. 벙커버스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공중 투하 방식이고, 미군의 제공권이 없으면 실전 적용 범위는 좁다. 그에 비해 현무-5는 정밀하고 자주적이며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실용 무기다. 무엇보다도, 세계 최초로 공중 투하 없이 자력 발사 가능한 벙커버스터 기능을 갖춘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게다가 미국의 최근 이란 공격을 봤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무기 개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도 Agni-V ICBM을 기반으로 한 벙커버스터형 변종을 개발 중이다. 이 변형은 사거리를 2,500km로 줄이는 대신 7.5톤급 탄두를 탑재하고 지중 80~100m 관통 후 폭발하는 구조로, 현무-5와 매우 유사한 콘셉트다. 게다가 아그니-5 ICBM을 현무-5 카피로 개발하는 게 가능하듯, 9T 탄두에 3000km 사거리지만 탄두 무게를 줄이면 MIRV ICBM 개발도 필요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추진력을 내는 고체연료 추진체면 차세대 나로호 개발도 사실상 파란불이다. 한국은 한국이 가야할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군없이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모든 면에서 미국에게 양보하며 살 수 밖에 없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