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싸움에 대한 생각이 계속 든다. 먼저 두가지 관찰.
1. 윤석열은 분명 트럼프의 경우를 보며 용기를 얻고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입으로 온갖 오물을 다 배설하고도 당선된 트럼프. 그 비결은 혐오에 바탕한 선동과 바닥을 친 기대치를 역으로 이용해서 왠만한 스캔들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에 있다. 윤석열도 비슷한 코스를 밟고 있다.
2. 지난 보궐에 오세훈과 박형준의 비리가 매일같이 쏟아졌지만 오히려 모든 언론과 대중이 그들에 대해서만 읽고 말하게 만드는 효과를 줬다. 박영선과 김영춘은 조금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김종인, 이준석, 윤석열이 공작한 급작스런 화해와 단합도 그걸 노렸을 건데, 그 전에 윤석열의 의혹이 너무 많아 원래도 언론보도가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윤석열 위주로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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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민주당은 이 프레임에 갖히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까. 어차피 언론은 윤석열 편이다. 다만 언론이 물어뜯기 좋아하는 스타일의 민주당 정치인이 이재명이라 언론이 이재명 완전 무시 전략으로 가지는 못하고 있고,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는 장면들을 보면 매번 확인 되지만 바닥 민심은 이재명이 돌아다니며 잘 뒤집고 있다. 상대 진영의 비리를 공격하기 보다 자신의 인재영입, 자신의 정책으로 언론 지면을 잘 채우고 있다. 모두의 비협조로 잘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이재명이 입을 열면 이재명 소식으로 지면에 자리를 확보한다.
문제는 민주당이다. 후보는 자신의 정치를 이야기해야 하고, 당이 상대후보의 문제점을 검증하고 지적해야하는데, 모든 게 미지근하다. 민주당 내의 자칭 페미니스트 입김 때문인지 윤석열 측 비리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김건희 문제에 대해서도 자기검열이 먼저 들어간다. 서로 "왜 그런 문제를 거론하나" 이러며 입을 막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게 여성이라서 비리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애초에 윤석열을 발탁했고 끝까지 윤석열에게 책임을 묻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의 정치 꿈을 키워줬고, 잡을 수 있는 상대도 잡지 않는 민주당을 보며 공수처와 검찰이 어느 쪽으로 줄서야 하는지 눈치채고 있다.
제각기 할일만 했어도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너무 뻔한 수에 빠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