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과 가치판단 (2) 사람들이 이처럼 복잡성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살며 그마나 상황에 대한 일정수준의 판…
복잡성과 가치판단 (2) 사람들이 이처럼 복잡성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살며 그마나 상황에 대한 일정수준의 판단을 하고 결정을 내리기 위해 활용하는 건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이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모두 인체에 필수적인 성분이지만, 살찌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지방이 많은 치즈, 버터 등을 "나쁜" 음식으로 파악하기 쉽다. 케토 다이어트에서 탄수화물을 줄이고 대신 대량의 지방을 섭취해 열량으로 활용하는 걸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게 그 이유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분해, 인슐린의 역할, 등등을 이해해야 전체적인 그림이 나오지만 그냥 '이거 먹으면 살찐대'가 이해하기 쉽다. '천연성분 vs 인공성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도 비슷하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만일 알 카에다, 이라크, 바트주의, 수니, 시아, 이란, 쿠르드족, 터키, 시리아 등의 서로 독립된 변수를 모두 반영했다면 침공 명분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이슬람 = 테러리즘 = 나쁨' 이 단순한 주장으로 10년 넘는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의협의 반란 상황에서 "의사 = 나쁜놈들 = 의사 수를 줄이자"로 결론을 낸 사람들이나, "정치가 썩었다 = 국회의원 수 줄이자"도 비슷한 경우고, 가끔은 이윤추구 행위 자체를 악으로 정의하고 정당한 이윤추구까지도 비난받아야 마땅할 것으로 파악한다. 카카오뱅크 임원들의 스톡옵션 행사나 김의겸의 부동산 의혹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퇴임한 노무현이 나쁜 놈인지, 언론과 검찰에 의해 능욕당해도 싼 인물인지를 판단하는데에도 이명박, 명박산성, 미국소 수입, 언론장악, 검찰패권주의, 등을 모두 감안했다면 진보층에서까지 노무현을 버리는 일은 없었을 거다. 그 외에 곽노현, 조국, 윤미향, 손혜원, 등을 향한 공격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 눈 앞에 공개된 수많은 의혹들과 본인들의 해명만 놓고 봐도 이미 너무 복잡한 상황이라 검찰과 언론의 의도는 접어두고 일단 공개된 정보만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검찰과 언론의 의도를 포함해 계산해보지 않으면 진실은 나오지 않는다. 허나 그걸 고려하기 전에 먼저 '아 복잡해. 일단 어느 쪽이 나쁜 놈이야? 조국 나쁜놈 맞아 아니야? 이거부터 답을 내자. 사모펀드? 이거 사회면에서 나쁜놈들 잡혀갈 때 나오는 단어인데 그걸 진보적이고 도덕성 높다는 조국 가족이 했다고? 나쁜놈 맞네.'로 가치판단을 끝낸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일단 어느 쪽이 나쁜 놈인지 판단이 끝났으므로 더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든 사실관계는 그 가치판단에 바탕해서 해석하면 편하다. 사모펀드가 권력남용 혐의 없음으로 끝나더라도 이 가치판단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단 나쁜 놈으로 답이 나왔기 때문에 설사 표창장 위조라는, 증거가 없는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나왔더라도 그건 나쁜 놈이 나쁜 짓한 거라 너무 자연스러운 결론이 된다. 그러면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 시도는 조국 비리를 은폐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윤석열을 정의의 사도로 인식하는 상황까지도 가게 된다. 진중권 등의 뇌흐름은 이 정도로도 충분히 설명된다. 국제적인 제약회사들이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고, 백신 접종자 중에 이런저런 질병으로 쓰러지고 죽는 사람들이 나왔다? 사실 팬데믹 이전에도 인구의 일정 비율은 심장마비 등으로 자연사했지만, 백신 접종 뒤에 같은 비율이 사망해도 이제 자연사가 아닌 백신으로 인한 사망으로 단정 내린다. 거기에 언론과 정치세력이 이런 판단을 확신시켜주고 증폭시켜준다. 이 정도 제한된 정보만으로도 '백신 = 나쁜 거'라는 결론을 내고, 나머지 복잡한 변수나 상황들은 저 가치판단에 바탕해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다. 복잡성과 가치판단 (1) – https://www.facebook.com/unattached/posts/1015946534307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