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리처드 도킨스가 슬퍼하겠슴… 벌써 오래전에 논파된 논리인데. 다양한 저서를 다 읽어보는 게 좋겠지만 [눈먼 시계공]만 읽어도 여기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대충 짧게 정리하면 절대 50:50으로 팽팽한 상황이 아닙니다. 먼저 신의 정의를 내리기만 하면 (개신교의 신이라고 정의하건, 힌두교의 시바라고 정의하건, 기본적 정의의 범위를 먼저 정해야 함)논리적으로 충분히 부재를 증명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한 유신론의 반박이라고 할 만한 건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1. First Mover 논리는 그 자체에서 오류가 생깁니다. 이 엄청난 우주가 스스로 존재했다고 믿기가 시시해서(왜 시시할까요. 질량 보존 법칙에 의하면 이게 몇천배 더 합리적인데.) 누군가가 처음 만든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려면 그 엄청난 우주보다 더 엄청난 그 존재는 어디서 왔는지 답해야 합니다. 엄청난 우주는 그 시작이 있어야하고 엄청난 존재는 그 시작이 필요없다는 건 이상하죠?
2. 우주의 기본값이 워낙 정교하게 우리 생명에게 맞춰져 있다는 주장 역시 그냥 착시입니다. 이 큰 우주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형태의 다른 생명체들이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합니다. 우리같은 탄소에 바탕한 생명체 외에도 실리콘을 기본으로 하는 생명체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기본값이 조금만 달랐더라면 지구에서 우리가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만 다른 형태의 존재가 태어났거나 다른 행성에서 비슷한 형태의 존재가 태어났을 수도 있는 거고, 그 존재 역시 비슷하게 "만약 우주가 조금만 달랐더라면 우리가 못태어났을 거야 이건 필연이야"라고 착각하고 있었겠지요. 우연을 필연으로 착각한 겁니다. 해변에서 주운 시계를 보고 누군가가 만들었을거라 추측하는 건 우리가 인간이 만든 물건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합리적 추측입니다. 우리가 초월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우주들을 관측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이 우주가 우리가 처음 본 우주인데 왜 갑자기 그런 결론을 내야할까요?
3. 과학으로 아직 설명하지 못한 인체의 신비는 아직 설명되지 못한 것 뿐입니다. 신은 과학이 그 신비를 설명하기 전까지만 존재하다가 설명하는 순간 사라지는 존재일까요.
우연히와 자연히가 성실한 답이 아닌게 아니라 정직한 답인겁니다. 신이 그랬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는요.
형이상학의 주제는 형이상학 영역에 놔두는 게 좋습니다. 현실세계에 접목시키려 하면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신념과 선택의 영역입니다. 증명하지 않고, 보지않고 믿는자가 복됩니다. 보지않고 믿었는데 그걸 자꾸 남에게는 보라고, 볼 수 있다고, 증명했다고 주장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