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은 얼마 안남았으니 결과가 달라지길 기대하는 건 힘들 거고, 왜 이렇게 됐는지 분석이나 해보자.
시작점은 이 상황을 박찬대도 알고 있었을 수 밖에 없다는데서 출발한다. 몇주간 그런 유튜버들과 어울리고 캠페인 전체의 분위기가 혐오 바탕으로 운영된지가 오래됐는데 몰랐을리는 없고 본인이 그걸 원했거나, 괜찮을 걸로 생각했거나, 안 좋은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거나, 셋 중에 하나다.
검찰공화국, 그리고 내란세력과의 싸움에서 본격적으로 확정적으로 승리가 결정된 건 이번 대선에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순간이다. 사실 민주진영 지지자들은 여전히 내란에 분노하면서도 이제 이겼으니 이재명의 절친 두 명이 출마한 민주당 대표 선거 같은 이벤트는 축제분위기로 즐길 타이밍이었다. 말은 안했지만 다들 이제 좀 쉴 타이밍이었다.
근데 즐겨야할 선거에 갑자기 박찬대측에서 상대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었다. 정청래가 되면 민주당 망한다는 게 모든 댓글 모든 지지글의 핵심 메시지가 됐다. 박찬대가 원래 팬덤이 큰 사람이었으면 많은 지지 목소리 중에 일부 과격한 목소리로 남았겠지만, 선거가 시작되고 대부분 지지자들이 '둘 다 좋다' 하는 상황에 박찬대 캠페인의 메시지는 정청래 잡자는 이 사람들의 목소리로 도배됐다.
박찬대 팀의 메시지가 워낙 공격적이고 혐오로 가득찬 것도 문제고 공격 대상을 정청래, 김어준, 조국, 문재인 등 처음부터 넒게 잡고 시작했는데 그게 박찬대가 받을 수 있던 절반에 가까운 표를 깎아 먹었다. 이들의 메시지는 "박찬대는 김어준 조국 문재인 정청래와 적대 관계다"라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그것에 대해 박찬대를 비롯해 아무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당 지지자들 상당수 분위기는 "둘 중 누가돼도 즐겁다"에서 "민주당 뭔가 심각하게 돌아간다"로 바뀌었고, 아무리봐도 민주당 상황은 달라진 게 없는데 박찬대 측의 메시지만 저렇게 심각하니 그쪽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박찬대 팀도, 박찬대도 이재명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있을 때도 분명 누가 대표가 되건 개혁을 잘 하자는 다짐이 있었지 대통령이 "진짜 정청래가 되면 큰일나니 꼭 막아라"라고 했을리도 없으니 이건 박찬대 혹은 박찬대 팀의 결정이다. 도대체 왜 지금 이 타이밍의 당대표 선거에서 이랬을까.
진실을 알 방법은 없지만 내 짐작은 박찬대 혹은 그 주변에서 너무 흥분했다는 거다. 즐겁게 임해야할 이벤트에 목숨걸고 주변 목소리를 못듣게 된 건 주로 너무 큰 성공을 앞두고 흥분했을 때 벌어지는 일이다. 지금 정청래 아니면 박찬대, 누가 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 개혁 보좌 밖에 할일이 없는 상황에 대표직에 저렇게까지 흥분할 일은 아니다. 대표직이 아닌 뭔가를 보고 흥분했다.
포커에서 상대가 무슨 패를 들고 있는지 알려면 처음 세 장의 flop과 나중 turn과 river가 공개될 때 그 사람의 반응을 봐야한다. 내 경험으로 박찬대의 얼굴엔 대권에 대한 꿈이 읽힌다. 차기가 전혀 감잡히지 않는 민주당에서 이번에 당대표가 되는 사람이 차기 대권까지 그대로 가게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흥분이 아니었다면 김민석 총리의 2인자 부상과 임박한 조국 사면에 위기감을 느낀거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