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래도 개인 용무를 시킨건 공적 마인드가 없는거에요…"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분들이 보이는데,
사기업에서 어시스턴트를 뽑아도 업무범위를 정하기에 따라서 개인용무 봐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쁜 사람이 잡다한 용무로 시간을 잠식 당하는 것보다 어시스턴트가 관리해주고 그 사람은 공적 업무를 보는 게 모두에게 이득일 때 그렇다. 물론 하기 싫다는 집청소를 강요하는 건 말이 안되겠지만 예를 들어 청소부를 고용해 보내는 업무를 맡을 수 있다.
국회의원 보좌관이 일반적으로 그런 업무를 보는 사람인가? 그건 뽑을 때 어떻게 합의했는지에 달렸다. 공식적 업무 사항에 있건 없건 그보다 훨씬 심한 일도 많이들 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우리가 비싼 세비주고 부리는 중인데 집안일 하겠다고 집에가는 국회의원이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퇴근없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 의원과 굳이 자기 손으로 가사를 하겠다고 집에 가는 의원 둘 중에 지금 국회의원 수 기준으로 난 전자를 원한다. 이게 상식이다. 나중에 의원 수를 한 10배 늘리고나면 워라벨 이야기 할 수 있다.
게다가, 강선우 장관의 경우 이걸 업무로 포함시킨 게 아니라 비상상황에 단발성으로 도움을 요청한 경우다. 반복성이나 강요성이 없다. 이걸로 "그래도 안되는 건 안되는…" 이런 사람들을 보며 한가지 오래 고민해온 생각이 구체화 됐다.
—-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당연히 최대한 많은 측면에서 다각도의 경중을 고려할 수록 판단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결론이 쓸모있어진다. 예를 들어 '저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 했을 때 '우리랑 비슷하게 생겼어? 그럼 우리편'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건 상당한 경우 인종주의로 이어진다. 그 사람이 누군지, 뭘 했는지, 뭘 하겠다고 하는지, 얼마나 믿을만한 사람인지, 다각도로 판단해야 답이 나온다. 강 장관의 경우 '바람직 한 일은 아니지…' 정도의 평가가 가능하다면 그에 걸맞는 조치는 강 장관도 '반복적인 그런 업무 요청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동의하는 발언을 기록으로 남기고 넘어가는 정도다. 낙마가 아니라.
근데 이런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많은 사람들은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단정 내리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예요.' '잘못을 안한 건 아니니까' 이렇게 하면 깊게 복잡한 생각할 필요없이 그냥 칼로 딱 자르고 이쪽 내꺼 저쪽 니꺼 하고 끝내게 된다. 그 칼에 잡고 있던 손가락들이 베이건 말건. 머리 속이 덜 복잡하다. 생각을 덜해도 된다.
이동형이 조국 대표를 보고 '잘못을 안 한 건 아니니까'라며 사면 필요없다는 거나,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됐을 때 민주 진영 상당수까지 '결백한 건 아니니까'라며 찬성했던 거, 또는 각종 미투 사건에서 많은 사람이 처음 의혹이 제기된 순간에 확인 절차나 조사를 건너 뛰고 바로 처벌과 사회적 매장을 요구한 것, 문재인 대통령이 아무리 경제, 방역, 외교 다 성공했어도 정권재창출 못했으니 만악의 근원으로 취급하자는 거나, 아무리 앞뒤 사정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형수 욕설이 있으니 이재명은 안된다는 사람, 99가지가 나와 뜻이 같아도 한가지 서로 맞지 않는 점이 발견 됐을 때 바로 '버려' 하고 캔슬 하는 문화, 그리고 인종주의, 지역주의 등 모든 종류의 편견과 혐오, 모두 같은 기제로 작동한다. 생각하기 귀찮은데 쉬운, 그리고 언뜻 들었을 때 통쾌한 답을 제공해준다.
'그래도 결백하진 않으니까' 하면 아무리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더라도 그말을 한 사람은 정의가 구현됐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 스스로가 그 덫에 걸리기 전까지는. 근데 확률적으로 노무현이나 조국이나 문재인이나 이재명이나 강선우(처럼 민주당 인사)가 걸리지 내가 걸릴 일이 있겠나…
민주당 인사가 아닐 경우에 이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적용하려고 해도 국힘 후보일 경우 당사자가 거부하니까. 청문회 거부할 때도 있고. 민주당 후보는 아무리 황당한 지적을 해도 일단 고개 숙이고 상대를 해주잖여. 민주진영은 이런 의혹 제기에 진지하게 대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공격이 먹히니까 민주정부가 누굴 임명하건 무조건 공격은 들어오는 거고. 여야가 미리 합의한 인사 외에 한번이라도 이런 공격이 없었던 민주 인사가 있었나? 민주당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을 장관으로 임명해도 도덕성 공격 들어온다. 그래서 의혹이 제기 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죄가 증명이 안된다. 조금만, 정말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이건 사람을 혐오할 때도 작동하지만 사람을 영웅시 할 때도 작동한다. 내란에 동참했다가 조사 과정에서 자백하기 시작한 군인에 대한 과도한 영웅시나, 안철수, 박지현 등 새로 등장한 인물에 대한 과한 기대감과 과한 권한 부여로 인한 패착이 반복되는 것도 같은 이유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자세히 따져보기보다 희망을 투영하는 게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말해, 계속 생각하기 귀찮아 하면 바보같은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이건 공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동시에 수가지 요인을 다각도에서 분석하고 경중을 따져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나같이 내향적이고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나 갖고 있는 습관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연히 모두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더 관심을 준다. 더 관심있는 분야에 다각도로 관찰할 두뇌 용량을 할당한다. 이동형은 조국에게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 남의 일이잖아. 이동형도 자기나 가족이 잡혀가게 되면 좀 더 고민해보겠지.
그래도 노력은 해야한다. 어차피 현실은 복잡한데 단순한 답을 손에 들고 언제까지 좋아할건가. 되게 쉬운 문제에 다른 사람들과 내가 상이한 답을 들고 대립하고 있으면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게 좋다. 둘 중에 하나는 생각을 충분히 안 했거나 알면서 우기는 경우다. 더 알고 더 깊이 생각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할 수록 서로 실망을 덜 하고 서로 쓸데없는 오해가 줄어든다. 그리고 덜 바보처럼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