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건 검찰이라는 조직을 없애고, 검찰 출신들은 법 근처에도 발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검찰이라는 조직을 없애고, 검찰 출신들은 법 근처에도 발붙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믿거나 말거나 검찰은 그동안 실제로 나쁜 놈들을 수사하고 감옥에 보내는 역할도 맡아왔고 지난 수십 년간 쌓인 수사 경험과 기소 역량은 하루아침에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는 그 일을 이어가야 하고, 누군가는 법정에서 사건을 유지해야 한다. 결국 현 검찰 인력을 일부라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검찰청 폐지’라는 상징적 조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실제 제도를 설계하고 운영할 때는 인력 승계, 기능 이전, 책임 구조까지 고민해야 한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치밀함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청 해체’라는 구호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인력은 재활용할 수밖에 없더라도, 조직 자체가 유지되는 한 검찰은 특유의 위계·네트워크·조직적 기세를 바탕으로 다시 권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래서 조직을 해체하는 것은 실무적 필요보다는 상징적·정치적 차원에서 검찰 패권의 뿌리를 끊는 작업이다. 검찰청이라는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기관으로 기능을 이관해야 “이제는 옛날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확실한 신호가 된다. 그래서 중요한 건, 검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보다 검찰 권한이 재생산되지 않도록 어떤 제도적 안전장치를 만들 것인가다. 조직을 없애는 것보다 현 조직이건 새 조직이건 권한의 경계를 재설정하고, 그 권한이 다시 집중되지 않도록 제도와 문화를 바꾸는 것이 진짜 개혁의 성패를 가른다. 검찰을 개혁할 수 있는 실제 방안은 크게 세 갈래로 정리된다. 세 가지 모두 필요하다. 첫째, 수사·기소 분리다. 2025년 6월 20일 국정기획위가 ‘검찰 직접 수사권 배제’를 공식화했고, 8월 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5개년 계획안에 ‘검찰청 폐지·공소청·중수청 신설’이 담겼다. 입법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지만, 큰 방향은 확정된 셈이다. 다만 경찰 권한 비대화 우려 때문에 국가수사위원회 신설, 자치경찰 확대, 보완수사권 처리 등 권한 분산 장치 논의가 뒤따르고 있다. 둘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이다. 부패·경제·선거·방위사업 범죄를 검찰 대신 전담한다는 구상이다. 초안은 행정안전부 산하 설치로 잡혔지만, 법무부는 국제공조·공소유지 연계 차원에서 법무부 산하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해 당정 간 이견이 크다. 결국 어느 부처에 두더라도 수사권 집중을 어떻게 막을지, 국가수사위원회 같은 별도 감독 기구를 둘지, 파견 검사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할지가 이번 논의의 관건이 되고 있다. 셋째, 검찰 내부 개혁이다. 조직을 해체하더라도 남을 기존 인적 구성원, 그리고 새로운 조직 구성원의 권한 남용을 막는 방식이다. 인사권 축소, 외부 독립 심사위원회, 사건배당 무작위화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일부는 검사장 직선제 같은 급진적 발상도 언급했지만, 현실성은 아직 낮다. 한국 검찰은 국가 단위 지휘 체계의 일부라 선거제도의 지역 대표성과 맞지 않고, 판사 선출제와 함께 개헌을 동반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논의가 반복되는 이유는, 검찰 권한을 한 덩어리로 두지 않고 여러 기관으로 나눠 견제하게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단순 폐지가 아니라 권한 분산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의미는 있다. 이번 논의 과정에서 실제로 오간 쟁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 전문성 승계 문제: 기존 검사들의 수사·기소 경험을 어떻게 이전할 것인가. – 권한 집중 방지 장치: 국가수사위원회, 자치경찰제 확대, 수사인권보호관 설치 등 분산 장치 필요성. – 정치적 중립성 확보: 새 기관장 임명 절차, 국회 보고 의무, 파견 검사 제한 등이 논의됐다. – 국민 체감 효과: 권력형 비리·부패 사건에서 공정한 처리 결과가 보장돼야 개혁이 정당성을 얻는다는 점. 여기에 더해, 설사 약해 보이는 주장이라도 이번 토론에서 미리 등장해 논파되는 게 중요하다. 검찰은 “국제공조 끊김”, “수사·기소 본질적 불가분” 같은 논리를 반복해왔다. 이를 사전에 공론장에서 꺼내 검증·반박해두면, 나중에 검찰이 재활용할 명분이 줄어든다. 이번 토론이 단순 입법 과정이 아니라 검찰이 사용할 수 있는 논리적 자원을 선제적으로 고갈시키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다만 아직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과제도 있다. 인사·예산 분리, 사건배당 교차심사, 외부 감사와 데이터 투명성 같은 방화벽이 법제화되지 않으면, 법무부 산하든 행안부 산하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결국 “도로 검찰 패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전관예우와 불기소 결정을 통한 금전적 유착이 반복되어온 만큼, 퇴직 검사 사건 수임 제한, 불기소 처분 사후심사 확대, 사건 배당의 무작위화 같은 장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조직 간판을 아무리 바꿔도 관행은 되살아난다. 쉬운 답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