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e Deschain added 2 photos and a video.

박테리아 같은 미세 생물의 꼬리, 즉 편모(鞭毛 flagella) 는 작지만 완벽한 전기모터다. 그냥 표현이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모터고 회전축과 회전자, 전원, 스위치가 모두 갖춰져 있다. 한 방향으로 무한히 돌 수 있는 구조를 지녔고, 나선형으로 꼬여 스크류처럼 물을 뒤로 밀어 추진력을 만든다. 여러 개가 모이면 하나의 다발처럼 움직여 직진한다. CheY라는 단백질을 모터로 보내면 회전 방향이 바뀌며 다발이 풀려 방향을 전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구동이 전기로 이뤄진다. 세포를 감싸는 막은 두 겹으로 되어 있으며, 그 안팎에는 양성자(H⁺) 농도차가 생긴다. 세포막 밖과 안이 양극과 음극처럼 되어 전위차가 형성되고, 밖으로 내보낸 양성자가 다시 안으로 들어올 때 그 힘이 편모의 회전축을 미세하게 밀어준다. 초당 수백 번 회전한다. 전위차로 전류를 흐르게 하고, 그 전류로 동력을 얻는 원리는 건전지와 모터와 똑같다. 사실 세포의 동력원인 미토콘드리아도 같은 원리로 세포막에서 밖으로 양성자를 뿜어내 전위차를 만들고 양성자가 다시 들어올 때의 힘으로 ATP를 생성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결국 생명은 화학적 형태의 전기를 다루는 존재다. 모든 생물은 사실 전자기기들이다.